국내 콜드체인시장은 신선식품 소비 확대와 새벽배송 등 물류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냉장탑차 한 대가 냉각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소비하는 연료는 전체 연료소비량의 최대 25%에 달하며 대부분 디젤·LP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주요국이 화석연료기반 냉각장치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콜드체인업계도 친환경 전환이라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단은 이 문제를 기술로 풀어가고 있다. 화석연료 없이 얼음의 냉각에너지를 저장·활용하는 ‘얼음 직접접촉식 이동형 냉각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LPG기반 냉각장치대비 운영비 80~90%, 탄소배출량 70% 절감 등 효과를 실증했다.
안재환 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단장을 만나 기술개발 배경과 실증성과, 향후 상용화 계획 등을 들었다.
❙ 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단의 역할은
식품이 생산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유통과정에서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유통과정에서의 미생물증식, 온도변화에 따른 품질저하 등을 분석·검출·예측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선식품의 품질유지에 필수적인 저온유통체계, 즉 콜드체인기술을 고도화하고 IoT기반 온도 모니터링 및 데이터분석기술을 접목해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유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얼음 직접접촉식 이동형 냉각시스템 개발배경은
최근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기반으로 산업·수송·에너지 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식품유통분야 역시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 저감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냉장·냉동 유통은 식품안전과 품질유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운송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냉각장치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냉장탑차의 경우 전체 연료 소비량의 약 15~25%가 냉각장치 운영에 사용되며 대부분 디젤이나 LPG 등 화석연료기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관련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어 친환경 냉장운송기술 전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운송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냉장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실시간으로 냉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저장한 냉각에너지를 활용하는 열에너지 저장기반시스템 개발에 집중했다.
❙ 얼음 직접접촉식 이동형 냉각시스템의 구조와 핵심기술은
얼음을 냉각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스템은 냉각에너지를 저장하는 저장부와 실제 냉기를 공급하는 방출부로 구성되며 저장단계에서는 물을 얼려 냉각에너지를 축적하고 운송과정에서는 저장된 얼음을 활용해 차량 내부를 냉각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핵심기술은 ‘직접접촉식 열교환 방식’이다. 얼음은 상변화 시 큰 잠열을 활용할 수 있는 상변화물질(PCM)이지만 열전도도가 낮아 냉각성능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직접접촉식 기술은 상변화 시 발생하는 열저항을 최소화하고 공기와 얼음이 열교환하는 온도차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실제 냉기가 필요한 방출단계에서만 직접접촉방식을 적용해 열교환 효율을 높였으며 차량에 쉽게 설치·탈거가 가능한 이동형 구조로 제작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냉장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 기존 LPG·디젤 냉장탑차의 냉각장치와 다른 점은
기존 냉장탑차의 냉각장치는 디젤이나 LPG를 연료로 소형엔진 또는 압축기를 구동해 냉매를 순환시키는 기계식 냉동방식이다. 냉각을 위해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며 정차 중에도 시동이 유지돼야 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이번 시스템은 미리 얼려둔 얼음을 냉각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열에너지 저장기반 방식이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냉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전기 냉장차에 적용할 경우 별도의 구동 배터리를 추가로 사용하지 않아 주행거리 감소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이 ‘연료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냉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라면 이번 기술은 ‘냉각에너지를 저장해 필요 시 방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 가장 효용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와 기대효과는
신선식품 중심의 저온유통 물류분야에서 가장 큰 효용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육류·수산물·유제품·신선농산물과 같이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식품의 냉장물류, 새벽배송, 도심형 중·단거리 배송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기대효과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화석연료기반 냉각장치를 대체해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운송과정의 연료소비 절감으로 운영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영안정성 측면에서는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냉장 유지가 가능하고 장치의 설치·탈거가 용이해 다양한 운송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 개발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큰 고민은 장치가 차량 내부 적재공간을 일부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냉장운송차량은 제한된 공간에서 물품 적재 효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저장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장치 크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냉장물류 환경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도 어려움이었다. 도심형 단거리 배송과 장거리 운송은 필요한 냉장 유지시간과 운용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물류환경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도 기존 냉장물류산업이 디젤기반 기계식 냉동시스템 중심으로 운영돼 온 만큼 새로운 방식의 냉각기술을 함께 개발·적용할 수 있는 협력기업 발굴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 실증 결과 확인된 냉각성능과 환경·경제적 효과는
실증은 주행조건 변수를 배제하고 순수 냉각시스템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무시동 조건에서 기존 디젤·LPG기반 냉각장치와 비교를 수행했다. 실증 결과 약 8시간 이상 안정적인 냉장 유지가 가능했으며 운영비는 기존 LPG기반 냉각장치대비 약 80~90% 절감효과가 확인됐다. 탄소배출량은 기존대비 약 70% 저감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냉각에너지 저장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자체의 친환경성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현재 국내 전력생산에서 화력발전 비중이 약 50~60%에 달해 전력을 완전한 친환경에너지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방식대비 탄소저감효과는 분명하며 향후 재생에너지비중이 확대될수록 환경적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상용화 계획은
실제 제품화와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장치제작, 차량적용, 제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현재 공동개발과 사업화를 함께 추진할 협력기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시스템 완성도를 높인 뒤 실제 물류기업의 운송환경에서 현장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냉각성능, 운용안정성, 유지관리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상용화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 국내 콜드체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언한다면
국내 콜드체인시장은 신선식품 소비 확대와 물류서비스 고도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콜드체인은 냉장·냉동설비, 식품, 센싱·IoT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융합산업으로 최근에는 AI기반 예측관리기술과 데이터플랫폼까지 접목되며 고도화되고 있다.
다만 현재 국내 콜드체인은 운송·보관·하역 과정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중소 물류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작업 중심의 온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온유통 전 과정의 데이터기반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AI·IoT기반 스마트 콜드체인기술을 활용해 운송 중 품질변화나 이상상황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열에너지 저장형 냉각시스템, 고효율 단열 및 냉각기술 등 친환경 콜드체인기술에 대한 실증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 앞으로 안전유통연구단에서 추진할 연구 방향은
물류·유통분야에서 식품의 입고·보관·이송·출하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전자동화 유통시스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측면에서도 열에너지 저장기술, 친환경 냉각시스템, 고효율 저온유지기술 등 에너지사용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유통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유통과정의 품질 저하와 위해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시간 상태 모니터링기술, 데이터기반 품질 예측기술, 스마트센싱기술 고도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미래 식품유통은 AI기반 자동화, 탄소중립 중심 친환경 전환, 식품안전성과 품질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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