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업 등록 시 제출하는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실제 현장에서 이행하도록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고 관계 행정기관이 이행 여부를 확인해 시정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이는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등록서류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상시적인 화재안전관리기준으로 작동시키겠다는 의미다.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물류창고 내 시설에 적용할 화재예방기준을 마련하고 물류창고업자에게 화재안전관리계획서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관계 행정기관은 계획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미흡한 사항이 발견되면 필요한 시정을 명할 수 있게 된다.
장종태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최근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 지적된 사항도 상당 부분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통해 사전에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라며 “계획서의 실질적인 이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 강제수단 부족
현행 제도가 화재안전관리계획서의 제출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출·이행·점검에 관한 규정의 법적 위계와 강제력에 차이가 있다.
현행 ‘물류창고업 등록에 관한 규칙’ 제3조는 물류창고업 등록신청 때 사업운영계획에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포함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상은 원칙적으로 전체 바닥면적 합계가 1,000m² 이상인 보관시설이나 전체면적 합계가 4,500m² 이상인 보관장소다.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물류창고업 화재안전관리계획서 작성지침’은 사업자가 매년 12월31일까지 계획서의 유효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작성·보관하고 계획서에 담은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기관도 필요하면 현장을 점검하고 관할 소방서에 계획서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계획서는 △화재예방 △화재대응 △화재대비 △기반자료 등으로 구성된다. 발화원과 가연물 관리, 전기·충전설비 점검, 피난계단·통로·비상구 관리, 소방시설 사용교육, 보관물품과 건축물 평면도·소방설비도 확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연면적 1만5,000m² 이상이거나 상시근무자가 100명 이상인 대형 물류창고에는 CCTV·피난유도선·출퇴근관리시스템과 다수 입주업체의 합동교육·훈련 등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행의무의 핵심 내용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규정돼 있으며 현행 물류시설법에는 화재안전관리계획서와 직접 연계된 시정명령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법 제61조에 물류창고 운영에 관한 보고·자료제출 명령과 업무검사 권한이 있지만 계획서 미이행 사항을 특정해 시정하도록 강제하는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문제의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재안전관리계획은 ‘등록 때 제출하는 서류’에서 ‘계속 이행하고 행정기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법정 관리기준’으로 성격이 달라진다. 향후 국회 심사에서는 점검주기와 점검방법, 시정명령 기준, 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수단 및 관계기관별 권한 배분이 구체적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사법안 2건 발의… 관리감독 강화 본격화
앞서 이용선 의원도 8월11일 물류창고업자가 등록기관의 장에게 화재안전관리계획을 제출하고 등록기관이 이행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물류시설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용선 의원안은 8월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용선 의원안이 계획 제출과 정기점검의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장종태 의원안은 계획서 이행의무와 행정기관의 확인·시정명령까지 명시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두 법안은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겹쳐 향후 국토교통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8월14일 공장·창고시설의 구조적 화재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 공장·창고는 업종과 관계없이 내화구조로 하고 단열재의 방화성능과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물류시설의 건축·자재기준과 운영단계의 화재안전 관리를 동시에 보완하려는 입법 패키지로 해석된다.
정부도 지난 7월18일 발생한 인천 쿠팡32물류센터 화재 이후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지상 8층, 연면적 약 29만9,000m²인 해당 물류센터 화재는 완진까지 109시간40여분이 걸렸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소방청·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운영·관리, 건축, 소방·방재 등 3개 분과에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청은 이와 별도로 2024년부터 ‘창고시설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을 시행해 스프링클러 방수량과 수원을 확대하고 랙식 창고의 스프링클러헤드, 조기감지형 자동화재탐지설비, 대형 피난구유도등 및 피난유도선 기준 등을 강화해 왔다.
콜드체인업계, 적용대상·감독주체 살펴야
이번 개정안은 냉동·냉장물류업계에도 직결될 수 있다. 현행 물류시설법 제21조의2는 식품냉동·냉장업, 축산물보관업 및 수산물 냉동·냉장업이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등록·신고를 하고 해당 용도로만 창고를 사용하면 물류창고업 등록을 한 것으로 본다.
다만 현행법 제61조제2항은 이들 ‘등록 간주업종’을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시·도지사의 물류창고 운영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이행확인·시정명령 체계가 냉동·냉장창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식품·축산물·수산물 관계 행정기관과 물류행정기관이 감독권한을 어떻게 나눌지는 입법과정에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콜드체인 현장에서는 저온환경과 단열구조, 고층 랙, 냉동설비, 포장재 및 보관품목별 화재특성을 실제 점검·시정기준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서류의 구비 여부보다 설비 변경, 랙과 적재형태, 피난동선, 감지·소화설비의 작동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현장 중심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법 개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