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불화탄소(HFCs) 감축을 위한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이 본격 착수됐다.
한국환경공단은 5월12일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연구용역 수행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으로부터 세부 과업 수행 계획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사업기간은 2026년 4월22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270일이며 과업 예산은 3억5,000만원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한상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과 한국환경공단의 김영성 차장, 홍진표 차장, 신원근 부장 등이, 수행기관인 KTC에서는 장재훈 탄소중립전략사업단 단장, 한승현 센터장, 박예린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자문위원으로는 진병복 고려대 교수, 장영수 국민대 교수, 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팀장, 김원욱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수석, 조동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실장 등이 참석해 시범사업 설계와 제도 연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2023년 HFCs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NDC 기준연도인 2018년과 비교해 절대 배출량 기준으로 44% 증가한 수치다. 특히 냉장·냉방부문이 HFCs 배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재훈 KTC 단장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배출비중이 7~8%까지 높아질 것이며 NDC 수립과정에서 분석한 결과 2034년까지 배출량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4년 12월 2035년까지 HFCs 배출량 약 2,000만톤 감축을 목표로 하는 ‘수소불화탄소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와 연동해 냉매의 사용부터 폐기까지 전주기 관리를 의무화하는 냉매관리법 제정도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추진 중이다.
한상우 기후부 사무관은 “냉매 전주기 관리는 불소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NDC의 주요 대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라며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의무들이 많은 만큼 법·제도 초기에 현장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 취지”라고 강조했다.
일회용용기 수거 의무화 사전검증

이번 시범사업은 냉매 제조·수입 및 유통, 폐냉매 발생 및 회수, 회수·운반 및 집적, 재생·파괴 및 순환의 전 단계를 참여기업간 연계를 통해 실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계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회수·처리·재생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방안 및 제도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범사업 추진체계(안)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이 사업을 총괄하고 KTC 탄소중립사업단이 시범사업 운영지원 및 보고서 작성을 담당한다. KTC는 공인품질시험기관이자 ISO/IEC 17029 국제공인 검증기관으로서 수행 결과 검증도 병행한다. 단계별 참여기관은 제조·수입업체, 냉매사용기기 소유자, 회수업체, 재생업체, 파괴업체 등으로 구성됐으며 KTC·KRRC(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가스안전공사가 시험·검증기관으로 참여한다.
민간은 10RT 이상, 공공기관은 3RT 이상 냉동공조설비를 대상으로 하며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약 4~6개월 간 회수 실증이 진행된다. 회수된 냉매는 현장 재사용이 불가한 경우 재생업체 또는 파괴업체로 인계해 전주기 흐름을 완성한다. 재생냉매 품질시험은 KS I 3004 기준 및 AHRI 700 규격에 따라 수행하며 냉매 파괴량은 UNEP 기술지침과 국내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방법론에 기초해 검증한다.
냉매 종류별 회수비율도 균등하게 배분할 계획이다.
장재훈 단장은 “국내 HFC 사용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R410A와 약 30%를 차지하는 R134a 등 냉매 유형별 비율을 반영해 데이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파괴업체가 경남과 경기도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감안해 권역별 운반거리와 물류비용도 이번 실증을 통해 구체적으로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 새로 도입되는 제도 중 현장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은 재충전금지용기(일회용용기) 수거 의무화다.
장 단장은 “후성·한강화학·동성화인텍 등 국내 주요 제조·수입업체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업체들이 자사 판매망과 대리점을 통해 공병을 수거하고 잔여냉매를 회수·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한 일회용용기 중 실제 몇 퍼센트를 회수할 수 있는지, 잔여냉매 회수설비로의 운송·인계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을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충남도는 보증금 방식의 일회용용기 수거 시범사업을 도의회 예산 1억원 규모로 자체 추진 중이다.
사업 예산 집행과 관련해 장 단장은 “지원단가를 어떤 수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표본의 대표성과 참여율이 달라지는 만큼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단가를 설정하고 제한된 예산을 최대한 균형 있게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5월 중 참여기업 공고·12월 최종보고
과업 수행 계획 발표 후 이어진 자문 세션에서는 사업 설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상우 기후부 사무관은 “파괴업체처럼 특정기술을 보유한 곳이 한정적인 경우 개별 접촉이 불가피하지만 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공고과정에서 기회는 모든 대상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회용용기 수거 의무화는 가장 새롭게 생기는 제도인 만큼 시범사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거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지가 잘 도출돼야 한다”라며 “신품 공급 시 기존 용기를 수거해가는 보증금 제도방식도 있다”고 제안했다.
장영수 국민대 교수는 "전주기가 중요하지만 제한된 예산과 짧은 실증기간을 감안할 때 냉매관리법이 포커스를 두고 있는 중점 대책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실증기간이 길게 봐도 3개월 정도로 여름철이 제외된 기간인데 이것이 충분한 대표성을 갖는지 고민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계절 보정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서와 결과보고서에 기재하는 시험장비 항목이나 기본정보가 기후부에서 이미 마련 중인 시행령·시행규칙 별표 내용과 비교·정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병복 고려대 교수는 시범사업이 중장기적으로 NDC 이행 평가에 기여하는 구도를 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 교수는 “전주기 단계별 대상 규모와 현황, 감축여력, 향후 인증 가능한 감축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를 초반에 명확하게 정리하면 사업의 경계 설정 근거가 되며 이의 제기에 대한 설명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며 “이번 사업이 잘 되어 Tier 3 수준의 인벤토리가 구축되면 국가 NDC 이행평가의 수준을 높이는 좋은 샘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욱 냉동공조시험연구원 수석은 “이번 사업의 목적은 크게 전주기 관리체계 운영상의 문제점 확인 및 개선안 개발, 법령과의 충돌여부 체크 및 사업의 법적근거 확립, 시범사업 결과를 본 사업 또는 의무사업의 경제성 분석과 탄소배출량 저감 예측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참여기관 입장에서 보고해야 하는 데이터가 굉장히 많은 만큼 참여 이점이 명확해야 기업들이 들어올 것”이라며 데이터 입력의 편의성 확보와 AI 에이전트 등의 적극 활용을 제안했다.
조동우 에너지기술연구원 실장은 냉매보관 및 이송과정에서의 안전기준 준수 여부도 시범사업 범위에 포함시켜달라는 의견을 냈다.
조 실장은 “회수된 냉매를 보관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경험상 냉매종류가 섞이거나 보관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안전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시범사업과정에 함께 담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가 단순 엑셀관리에 그치지 않고 향후 냉매정보관리시스템(RIMS)과 연계돼 배출량 및 감축량 분석이 가능한 체계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밖에도 최근 HFC 혼합냉매에 포함된 HFO성분이 반도체용 세정 가스와 함께 규제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으며 최종보고서에서 규제 변화에 따른 재생냉매 대상 냉매종류와 물량계획을 유연하게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수행기관은 착수보고회 이후 이달 중 참여기업 모집공고(5월14~24일)를 진행하고 5월28일 선정위원회를 거쳐 6월 초 1차 기술협의회 개최와 함께 본격 실증에 돌입한다. 이후 중간보고(8월), 참여기업 사업실적 결과 검토(10~11월), 최종보고(12월) 순으로 진행된다. 최종보고에서는 실증결과를 바탕으로 냉매관리법 시행에 필요한 운영규정, 세부지침, 결과보고서 서식 등의 초안을 도출하게 된다.
이번 사업에는 서울시·충남도 등 지자체와 서울교통공사·한국산업단지공단 등 공공기관도 참여해 3RT 이상 냉동공조설비의 냉매 인벤토리 구축과 HFCs 온실가스 감축기반 마련에도 함께 기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