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백신 콜드체인 허점, 온도모니터링·비상대처 ‘부실’

‘국내 의료기관 백신 콜드체인 관리실태 평가’ 논문 발표
비상전력 공급전력 보유기관 52.8%⋯ 대응체계 부재

URL복사



국내 백신 콜드체인관리체계에서 실시간 온도모니터링·자동알람체계·비상전원확보와 같은 ‘비상대응’ 분야의 허점이 여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된 ‘국내 의료기관 백신 콜드체인 관리 실태 평가(Evaluation of Vaccine Cold Chain Practices in Healthcare Facilities of the Republic of Korea : A Multi-Site Cross-Sectional Study)’논문를 통해 이 같은 실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 의료기관의 △백신보관 △취급 △비상대응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전국 53개 접종기관(민간의료기관 43곳·보건소 10곳)을 대상으로 현상조사를 진행했다. 훈련된 조사원들이 기관을 직접 방문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효과적 백신관리기준(EVM)과 국내지침을 바탕으로 제작된 구조화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보관장비 △온도모니터링 △재고관리 △비상대비상태 등을 감사했다.

조사 결과 전반적인 보관인프라와 재고관리는 우수했으나 비상상황 대처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견됐다



먼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대상 53개 기관 모두(100.0%) 백신전용 냉장고를 갖추고 있었다. 모든 기관이 냉장고 내부 온도안정화를 위해 물병이나 아이스팩을 채워두는 권장사항을 준수했으며 98.1%의 기관이 백신을 냉장고 내부 벽이나 송풍구에서 떨어진 중앙 선반에 올바르게 배치했다. 96.2%는 빛에 취약한 생백신을 차광 보관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었다.



재고관리 부분에서도 우수했다. 전체기관의 94.3%가 입고 시 배송온도로그를 보존(5년)했다. 98.1%는 최신 재고기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을 먼저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췄고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의 폐기절차도 모든 기관이 규정대로 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점도 존재했다.



24시간 실시간 온도기록장치(데이터로거)를 모든 냉장장비에 설치한 곳은 73.6%에 그쳤다. 일부 냉장고에만 설치된 곳이 13.2%였으며 심지어 일부기관(13.2%)은 아예 자동기록장치 없이 수동온도계에만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온도 이탈 시 경고를 울리는 알람기능을 갖춘 곳은 83.0%였으며 근무시간 외(야간·휴일)에 이상온도가 감지됐을 때 문자로 알림을 받을 수 있는 비상연락망이 구축된 곳도 64.2%로 낮았다. 정기적인 알람기능 테스트를 수행하는 곳 또한 71.7%에 불과했다.



갑작스러운 정전 등 비상상황 대처방안은 더욱 미흡했다. 무정전 전원장치(UPS)나 비상발전기 등 비상전력 공급장치를 보유한 곳은 52.8%로 절반 수준이었으며 정전 시 3시간 이상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은 28.3%에 불과했다. 또한 비상전력을 정기적으로 테스트하는 곳도 50.9%에 그쳤다.

최 교수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모든 백신공급기관에 ‘원격알람시스템’ 설치를 강력히 권고하고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다만 인프라확충에 재정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소규모 의원들을 위해 보조금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비상대응 템플릿을 배포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유도해 백신과 공급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료기관은 세계적 수준의 백신 콜드체인 기본 인프라를 구축했다. 과거 코로나백신의 잘못된 보관으로 약 48만명분의 백신을 전량 수거 및 폐기하고 국가방역사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크게 잃었던 사건에서 배운 값비싼 교훈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응급대응체계는 수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국민의 생명이 직결되는 의료에 있어 확률싸움은 존재해선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아우르는 오직 100%를 향한 노력과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