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농산물이 바다를 건너려면 컨테이너 조건만으로는 부족하다. 품종마다 호흡량이 다르고 미생물 민감도가 다르며 수확 후 처리방식도 달라진다. CA컨테이너가 아무리 정밀하게 기체조성을 제어해도 싣기 전 단계가 잘못되면 콜드체인이 완성되지 못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원예작물 수확 후 생리 및 관리분야 전문연구팀은 이번 과제에서 품종별 생리특성을 오믹스 기반으로 규명하며 각 품종에 맞는 전처리 조건을 확립해 CA해상운송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담당한다.
이은진 서울대 교수를 만나 이번 과제의 성공전략과 기대효과 등을 들었다.
❙ 서울대 원예작물 수확 후 생리 및 관리분야 전문연구팀은
서울대 산학협력단 원예작물 수확 후 생리 및 관리분야 전문연구팀은 원예작물의 수확 후 생리 및 관리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를 축적해온 팀이다. 전사체·대사체·표현체를 아우르는 멀티 오믹스기반 분석을 전문으로 하며 수확 전후 인과관계 분석, 재배와 수확 후 연계 품질변화 연구, 전처리 및 저장·유통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해왔다. 지난 10년간 수확 후 생리 및 관리분야 SCI급 논문 80편 이상(Q1)을 게재했으며 농촌진흥청·농림축산식품부 발주 신선농산물 수출과제를 다수 수행해왔다.
특히 2023~2025년에는 CA선박운송을 활용한 고구마·참외 최적 저장조건 규명 및 수출실증과제를 수행하면서 고구마 오믹스기반 품질저하 원인 연구와 전처리기술·CA해상운송 실증을 직접 경험했다. 이번 과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 이번 과제에서 맡은 역할은
이번 과제에서 서울대는 수확 후 생리학적 기초연구를 담당한다. CA컨테이너에 농산물을 싣기 전 단계, 즉 품목이 어떤 특성을 가진 작물인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역할이다.
모든 농산물을 CA컨테이너로 운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성과 함께 CA환경에서 품질이 잘 유지되는 품목을 선별해야 한다. 고구마와 포도는 이번 과제에서 중점 실증품목으로 정해졌지만 품종별로 저장특성이 제각각이다. 어떤 품종이 장거리 해상운송에 적합한지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이 서울대의 핵심 미션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유망품목의 생리장해 기작 규명, 오믹스기반 품질변화 분석과 수출적합품종 선발, 전처리기술 개발 및 CA저장기술과의 복합적용효과 검증이다. 실험실에서 연구들을 완성하면 세중해운이 실제 컨테이너에 적용해 수출실증을 진행하는 구조다.
❙ 기존 CA연구와 차별화되는 핵심포인트는
지금까지 CA컨테이너 해상운송연구는 운송에 집중됐다. 컨테이너 안의 기체조성과 온도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운송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하나는 어떤 품종을 보낼 것인가의 문제다. 같은 고구마라도 베니하루카와 국내 육성 신품종인 호풍미·소담미·진율미는 저장성과 미생물 민감도가 다르다. 품종별 특성을 모르고 무작정 CA컨테이너에 실으면 현지에서 클레임이 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다. 고구마는 땅속에서 파낼 때 상처가 생기고 토양 유래 병원균이 붙어있어 전처리 없이는 CA운송만으로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번 과제는 바로 이 두 가지 공백을 채우는 연구다. 오믹스분석으로 품종별 생리특성을 데이터화하고 신품종에 맞는 전처리 조건을 확립한다. 그 결과를 CA운송 조건과 결합해 실증하는 것이 기존 연구와 다른 지점이다.
❙ 고구마와 포도, 각각 연구방법은
두 품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연구접근방식이 꽤 다르다.
고구마는 미생물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사과나 배는 저장 중 미생물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한데 고구마는 곰팡이가 쉽게 발생한다. 게다가 저온장해에 취약해 일반적인 냉장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품질이 망가진다. 땅속에서 파낼 때 생기는 상처와 토양 유래 병원균 때문에 반드시 수확 직후 큐어링이나 훈증이라는 전처리가 필요하다.
큐어링은 상처부위에 코르크층을 형성시켜 병원균 침입과 수분손실을 막는다. 이산화염소·헥세날 훈증은 부패미생물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품종에 따라 적합한 전처리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GC(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해 품종별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에틸렌 생성 패턴을 정밀 측정하며 멀티오믹스(전사체·대사체) 분석으로 저온장해 발생 기작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품종인 베니하루카 외에 호풍미·소담미·진율미 등 국내 육성 신품종 중 해상운송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고 각 품종에 맞는 전처리 조건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포도는 고구마와는 다른 과제가 있다. 큐어링 같은 전처리가 필요하진 않지만 알갱이가 떨어지는 탈립과 부패문제가 심각하다. 포도는 타 품목보다 저장성이 양호한 편이라 기초연구보다는 현장적용형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산화염소와 헥세날 복합처리의 최적 농도와 시간을 확립하고 수출용 박스 내부에 이산화염소 패치를 삽입하는 현장적용방식을 검증한다. 샤인머스켓 외에 홍주씨들리스 등 신품종의 수출적합성도 함께 평가한다.

❙ 연구기간이 짧은데, 단기간 내 실증완료 전략은
총 연구기간이 1년 9개월이다. 기초부터 시작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대는 2023~2025년 선행과제에서 이미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고구마 신품종 호풍미의 대사체기반 품질저하 기작 규명, 큐어링·훈증 전처리 효과 연구 등이 선행연구에서 이미 진행됐고 관련 SCI 논문도 게재됐다. 이번 과제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 위에서 실증과 고도화에 집중하는 구조다.
1년차(2026년)에는 고구마 신품종의 수확 후 생리특성 분석, 전처리기술 적용 실험, 1차 수출실증(태국) 및 현지 품질평가를 수행한다. 2년차(2027년)에는 전처리+CA복합적용 기술모델을 최종 확립하며 2차 수출실증 및 최종논문·모델정립까지 마무리한다.
❙ 현장 적용 시 예상되는 애로사항은
CA컨테이너기술이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수입국 현지의 콜드체인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완벽하게 운송해도 현지에서 하역 후 상온에 방치되면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번 과제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A·B·C형 복합모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과거에는 CA컨테이너로 운송하는 것까지만 테스트했는데 이번에는 현지에서 CA컨테이너를 그대로 유통하는 A형, 간이 CA유통창고를 활용하는 B형, 일반 저온저장고를 활용하는 C형을 비교실증한다. 현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C형이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 정책적으로는 aT 해외법인 등 공공기관이 현지 CA인프라 연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연구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 이번 연구의 중장기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고구마·포도의 CA컨테이너 해상운송에 적합한 품종 데이터와 전처리기술 매뉴얼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농촌진흥청 CA수출 통합 품질관리 프로그램과 NABIC 데이터센터에 공개돼 다른 해운사나 수출업체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에 구축되는 오믹스 데이터베이스가 수출적합품종 선발시스템과 정밀 디지털 육종기술 개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어떤 대사물질이 장기저장성과 연결되는지가 데이터로 쌓이면 재배단계부터 수출적합품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확 후 관리기술이 육종과 연결되는 것이 이번 연구가 추구하는 진짜 방향이다.
❙ CA기술의 국내·외 확산을 위해 제언한다면
기술 자체의 문제보다 현장적용과정에서의 장벽이 더 크다. 플러싱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산지유통센터(APC)나 수출현장에서 담당자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조건을 알아야 하고 장비가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하나는 모든 농산물에 CA컨테이너를 적용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성이 있고 CA환경에서 효과가 검증된 선도모델 품목을 7~8개 정도 정해서 집중적으로 현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딸기·참외·고구마·배·포도·파프리카·버섯 등이 그 후보군이다. 이 과제가 끝나면 어떤 품목이 CA에 적합하고 어떤 품목은 아닌지 경제성데이터가 나온다. 그게 정책수립의 근거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