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선농산물 해외수출은 오랫동안 항공운송에 기대왔다. 빠른 수송속도 덕분에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해상운송대비 6~8배에 달하는 물류비는 수출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한계였다.
‘항공운송 대체 한국형 CA컨테이너 해상운송기술 개발’ 과제는 물류비 절감과 신선농산물 품질유지라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R&D다.
R&D 총괄기관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조재한 박사를 만나 연구방향과 현장과제 등을 들었다.
❙ R&D 추진배경은
R&D 추진의 직접적인 계기는 2024년 수출물류비 지원 전면 폐지다. 항공운송은 빠른 수송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단위물량대비 비용이 해상운송보다 약 6~8배 높고 탄소 배출계수도 선박대비 10~50배에 달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흐름과도 역행한다.
반면 해상운송은 비용과 탄소배출 모두에서 유리하지만 장거리 수송 중 수분 손실·연화·갈변·부패 등 품질저하 위험이 크다. CA컨테이너기술을 활용해 항공운송 수준의 품질안정성을 해상운송으로 구현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출발점이다.
이번 R&D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세중해운 등 3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행한다. 수확 전 생육관리부터 수확 후 전처리, CA 컨테이너 해상운송, 현지유통 실증, 경제성분석까지 전 과정을 연계한 수출모델 개발·실증이 최종 목표다.
❙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역할은
원예원은 과제 전체를 총괄하면서 품목별 생리특성에 기반한 CA활용 전략 수립과 선도유지조건 확립을 맡고 있다. 1년차(2026년)에는 포도와 고구마를 대상으로 수확 전 생육 및 품질변화 모니터링을 수행해 호흡률·에틸렌발생량 등 생리지표를 분석해 품목별 저장·수송 특성 기초데이터를 확보한다.
2년차(2027년)에는 전처리 공정 적용에 따른 수확 후 생리반응 및 품질변화를 분석하며 리퍼컨테이너와 CA컨테이너 조건을 비교해 최적조합을 도출한다.
원예원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은 수확 전 생육정보와 수확 후 저장·수송 중 품질변화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통합 선도유지 제어모델 구축이다. 단순히 컨테이너 내 환경을 최적화하는 수준을 넘어 재배단계부터 수출 현지유통까지 일관된 품질관리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 고구마·포도가 주요 실증품목이 된 이유는
두 품목 모두 항공운송 의존도가 높아 해상운송 전환 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고구마는 국산 품종 시장점유율이 2016년 14.9%에서 2025년 41.1%로 성장하며 수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포도는 샤인머스켓을 중심으로 동남아 프리미엄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두 품목은 생리적 특성이 달라 다양한 조건에서 연구팀의 기술을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포도는 저장성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고구마는 저온장해에 취약해 CA조건 설계에 더 높은 난이도가 요구된다. 난이도 스펙트럼이 넓은 두 품목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연구결과 적용범위를 넓힐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딸기, 멜론, 참외 등 호흡이 활발한 품목으로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 품목별 선도유지 핵심기술은
포도와 고구마는 생리적 특성이 달라 각각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포도(샤인머스켓 등)의 경우 탈립과 부패억제가 핵심이다. 이산화염소와 헥세날을 활용한 전처리기술로 탈립률과 생리장해 발생률을 낮추며 MA필름 및 SO₂패드와 함께 CA복합처리를 적용한다. 포도는 타품목대비 저장성이 양호하며 온도에도 덜 민감해 현장적용형 전처리·포장기술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고구마(베니하루카, 호풍미, 소담미 등)는 저온장해가 가장 큰 난제다. 냉해에 취약해 일반적인 저온보관이 오히려 품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확 직후 30~33°C, 습도 85~95% 조건에서 큐어링처리를 실시해 상처를 치유하고 부패를 억제한 뒤 CA조건(O₂ 3%, CO₂ 12%, 온도 12°C, 습도 70% RH 내외)에서 운송하되 특수보온필름을 적용해 고구마가 10°C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다.
해상운송환경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혼적운송 시 가스조성관리다. 포도와 고구마의 최적 CA조건이 서로 달라 함께 적재할 경우 절충조건을 설정해야 하며 각 품목의 선도유지 효과가 어느정도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 전처리기술 종류와 효과는
전처리기술은 CA컨테이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선행과정이다. 아무리 컨테이너 내 환경을 최적으로 제어해도 수확 직후 품목상태가 나쁘면 선도유지에 한계가 있다.
주요 전처리기술로는 큐어링, 이산화염소(ClO₂) 처리, 헥세날처리, 예냉 등이 있다. 큐어링은 고구마의 핵심 전처리로 수확 후 상처부위에 코르크층을 형성시켜 병원균 침입과 수분손실을 막는다. 이산화염소는 부패미생물을 억제하며 수출용박스에 삽입하는 패치형태로 현장적용이 가능하다.
헥세날은 식물 유래 항균성분으로 이산화염소와 병행처리 시 효과가 배가된다. 이번 과제에서는 무처리 대조구, 리퍼컨테이너 단독, 전처리+CA 복합처리 조건별로 중량감소율·부패율·탈립률 등 핵심 품질지표를 비교·분석해 기술효과를 수치로 제시할 계획이다.
❙ 현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는
연구팀이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것은 세 가지다.
우선 CA조건의 안정적 유지기술이다. 장거리 항해 중 컨테이너 내부 산소·이산화탄소 농도가 설정값을 벗어날 경우 품질손상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 가스임계점 도달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자동제어하는 IoT기반 모니터링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입국 현지 인프라와 연계체계 구축이다. 한국에서 CA운송을 잘 마쳐도 현지 하역 후 콜드체인이 단절되면 품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수출국의 현지 저온저장·유통인프라 실태를 파악하고 CA컨테이너와 연계가능한 복합유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품목별 표준화된 선도유지 가이드라인의 부재다. 현재까지는 일부품목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가 산발적으로 축적돼 있을 뿐 수확 전 생육정보부터 전처리·CA운송조건까지 통합된 표준매뉴얼이 없다.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핵심목표 중 하나다.
❙ 중장기 목표와 기대효과는
중장기 목표는 한국 신선농산물 수출물류의 패러다임을 항공운송 중심에서 해상운송기반의 저탄소·고효율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한국형 CA컨테이너 해상운송모델을 확립해 해외 기술의존도를 낮추고 수출물류 전 과정의 국산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제적으로는 물류비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수출물량 확대와 신시장 개척이 기대된다. CA컨테이너 적용 시 손실률감소, 상품성향상, 유통기한 연장효과가 있어 K-농산물의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는 항공운송대비 탄소배출계수가 10~50배 낮은 해상운송 전환이 확산되면서 농업분야 탄소저감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과제에서 구축되는 대사체·전사체 데이터베이스와 AI기반 CA환경 모니터링프로그램은 농촌진흥청 CA수출 통합 품질관리 프로그램으로 이관돼 공공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후속연구들의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2024년 정부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된 이후 수출농가와 업체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연구팀도 잘 알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책임이라는 마음으로 이번 과제에 임하고 있다.
CA컨테이너 해상운송기술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품질을 지키면서 더 넓은 시장으로, 더 오랫동안 우리 농산물을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개발되는 기술이 연구실 수준에 머물지 않고 수출농가와 업체가 바로 쓸 수 있는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연구가 고구마·포도에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품목으로, 더 많은 수출국으로 확장될 수 있는 후속연구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