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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냉동창고 고GWP 냉매기기 교체 지원 검토

R404A 등 HFC냉매기기, 자연냉매 설비 전환 지원
냉동창고 1대당 5억원 지원… 자연냉매 전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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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HFCs 냉매 사용기기를 자연냉매기기로 교체하는 지원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자연냉매 전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체 시기가 도래한 냉매사용기기를 대상으로 R404A 등 고GWP 냉매를 사용하는 설비를 R717(암모니아), R744(이산화탄소) 등 자연냉매 기반 설비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후부는 최근 ‘저GWP 냉매 사용기기 교체 지원 사업’으로 냉동창고 1대당 5억원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지원으로 R404A 냉매기기를 R717 등 자연냉매기기로 교체할 경우 15년간 1만1,533톤CO₂eq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냉동·냉장 및 콜드체인산업의 냉매전환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냉매정책은 주로 사용 중 누출관리, 폐기 시 회수·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 지원안은 고GWP 냉매를 사용하는 장비 자체를 저GWP·자연냉매 장비로 바꾸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책 배경도 명확하다. 정부는 2024년 ‘수소불화탄소(HFCs)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HFCs를 온실효과가 낮은 물질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2035년까지 HFCs 배출량 약 2,00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저GWP 물질로 전환하는 중소·중견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국고보조사업 검토와 2026년 이후 대체물질·핵심부품 R&D 추진도 함께 밝혔다.

HFCs 감축은 국제 규제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부가 2023년 밝힌 HFC 감축 일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4년 HFC 기준수량 동결을 시작으로 2029년 10%, 2035년 30%, 2040년 50%, 2045년 80% 감축을 추진한다. HFC는 키갈리개정서에 따라 규제물질로 추가된 물질이다.

기후부는 이미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올해 5월부터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HFCs 냉매의 사용부터 폐기까지 전주기 관리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냉매사용기기·제품에서 냉매를 회수하고 회수된 냉매를 재생해 재사용하는 체계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후부는 HFCs의 GWP가 이산화탄소대비 138~1만2,400에 이르며 냉매를 회수하지 않으면 유지보수·폐기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누출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는 커 보인다. 먼저 노후 냉동창고와 대형 냉동·냉장설비 보유 사업자의 교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HFCs 감축 일정이 본격화될수록 고GWP 냉매의 조달비용과 유지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상 20RT 이상 대형기기는 냉매 회수 의무 대상이며 정부는 법적 관리대상 범위를 20RT 이상에서 10RT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한 상태다.

또한 냉동설비 제조·시공·유지보수업계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자연냉매 냉동시스템, 암모니아·CO₂ 캐스케이드시스템, 브라인 2차 냉매시스템, 고효율 압축기, 열교환기, 제어반, 누설감지 센서, 환기·비상차단 설비 등 관련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단순 냉동기 판매보다 설계, 안전진단, 인허가,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패키지형 사업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업계의 투자 부담도 커진다. 자연냉매 또는 저GWP 냉매 적용장비는 기존 HFC 장비보다 초기 투자비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는 자연냉매나 Low-GWP 냉동장치가 일반 냉동장치대비 용도와 규모에 따라 1.2~3.8배 이상 높은 가격대인 경우가 많아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원사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조금 규모뿐만 아니라 세부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원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냉동창고 1대’의 기준이 냉동기 1대인지, 냉동창고시설 1개소인지, 냉동능력기준인지에 따라 사업비와 감축량 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냉매 종류, 충전량, 누설률, 설비 연식, 냉동능력, 연간 운전시간 등을 반영해 감축효과가 큰 설비부터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방식도 보완돼야 한다. R404A를 R717 등 자연냉매로 바꾸면 냉매 누출에 따른 직접배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지만 냉동창고의 전체 탄소배출에는 전력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지원사업은 단순히 냉매 GWP만 볼 것이 아니라 COP, 연간 전력소비량, 부분부하 효율, 제상 방식, 폐열회수 가능성, 피크전력 저감 효과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전기준과 전문인력 확보도 핵심 과제다. R717은 GWP 측면에서 장점이 크지만 독성관리가 필요한 냉매다. CO₂ 냉매는 고압운전 특성이 있으며 탄화수소계 냉매는 가연성 관리가 필요하다. 자연냉매 전환이 확대될수록 설계·시공·운전·유지보수 단계에서 냉매별 안전기준, 비상대응 체계, 작업자 교육, 보험·인허가 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

지원사업의 지속성도 관건이다. 냉동창고는 투자비가 크고 회수기간이 길어 단년도 보조금만으로는 사업자의 의사결정을 끌어내기 어렵다. 보조금과 함께 저리융자, 에너지절감 성과보증, 탄소감축 실적 인정, 녹색금융 연계가 병행돼야 시장 전환이 가능하다. 특히 중소 냉동창고와 식품·물류기업은 자부담 비율, 공사기간 중 영업손실, 기존 냉매 회수·처리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냉매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냉동창고뿐만 아니라 식품공장, 저온물류센터, 대형마트 쇼케이스, 데이터센터 냉각설비, 산업용 공조설비 등으로 지원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냉동공조산업의 기술 전환과 시장 재편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저GWP 냉매기기 교체 지원은 단순한 설비 보조금 사업이 아니라 HFC감축 규제, 냉매 전주기 관리, 고효율 냉동시스템 보급을 연결하는 정책 패키지다. 정부가 보조율, 지원대상, 감축량 산정기준, 안전관리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냉동·냉장 및 콜드체인업계의 전환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한 것은 침체된 냉동·냉장업계에 정책을 통한 시장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