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전만 해도 자연냉매는 소수의 신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유럽에서만 10만개 이상의 매장, 수백만대의 히트펌프와 캐비닛이 이를 증명합니다. 앞으로 25년은 모든 사람, 모든 곳, 모든 응용분야에서 자연냉매 전환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산업은 이 이야기에 동참하는 것을 넘어 함께 써나갈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냉매는 가장 늦게 주목받았지만 가장 시급하게 전환이 요구되는 물질이다. 냉동·냉장·공조설비에 쓰이는 냉매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핵심 규제대상이다.
기존에 널리 쓰여온 HFC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수천배에 달해 키갈리개정서에 따라 각국에서 단계적 감축이 진행 중이다.
HFC의 대안으로 보급돼온 HFO계열 냉매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분해산물인 TFA(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가 PFAS(과불화화합물)계열 물질로 분류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CO₂(R744)·암모니아(R717)·프로판(R290) 등 ‘자연냉매’는 GWP가 1 이하로 낮고 대기 중 잔류·분해 문제가 없어 HFC·HFO를 대체할 친환경냉매로 주목받고 있다. ATMOsphere의 시장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유럽 식품소매 매장의 34%가 이미 트랜스크리티컬 CO₂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ATMOsphere는 2001년 설립된 기관으로 매년 자연냉매시장 리포트를 발간하며 전 세계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해온 자연냉매분야의 대표적 시장 액셀러레이터다. 도쿄를 거점으로 아·태지역을 총괄하는 Jan Dusek ATMOsphere Co-founder&COO를 만나 유럽·북미·일본의 최신 시장 동향과 데이터센터·히트펌프 등 신흥시장 성장 가능성, 향후 한국시장에 대한 전망과 제언 등을 들었다.
❙ ATMOsphere는 어떤 기관인가
ATMOsphere는 브뤼셀에 본사를 두고 유럽·미주·일본·아시아태평양 전역에 팀을 운영하는 시장 액셀러레이터다. 특정기업에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자연냉매 전환을 목표로 시장조사·컨퍼런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 shecco로 출발해 2021년 ATMOsphere로 리브랜딩했다. CO₂(R744), 암모니아(R717), 프로판(R290) 등 탄화수소, 물과 공기를 포함한 자연냉매기반 청정 냉난방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대표 미션이다.
사업은 크게 세 축이다. 첫째는 브뤼셀부터 도쿄, 워싱턴, 시드니까지 전 세계에서 열리는 ATMOsphere 컨퍼런스시리즈로 최종사용자·제조사·시공사·정책입안자 등을 한자리에 모은다. 둘째는 업계 대표매체인 NaturalRefrigerants.com을 통한 뉴스·사례·기술동향 보도다. 셋째는 매년 발간하는 ‘State of the Industry’ 리포트를 통한 시장 인텔리전스다. 이와 함께 ‘PFAS-Free 냉난방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PFAS-Free Cooling & Heating)’ 등 정책옹호활동도 병행한다. 특정기술이나 기업을 대변하는 업계 단체가 아니라 전환 그 자체에 책임을 지는 기관이다.
❙ 최근 시장리포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치는
2025년 12월 기준 데이터로 발간한 ‘Refrigeration: Commercial and Industrial Refrigeration with Natural Refrigerants’ 보고서를 보면 유럽은 상업·산업현장 기준 트랜스크리티컬 CO₂설치가 11만1,650건이다. 이중 식품소매매장은 10만6,000곳으로 중앙집중형 랙방식이 8만8,000곳(전년대비 15% 증가), 응축유닛방식이 1만8,000곳(전년대비 24% 증가)이다. 유럽 전체 식품소매매장(약 30만5,000곳)대비 34% 침투율로, 1년 전 30%, 2022년 18.4%에서 꾸준히 올랐다.
더 눈에 띈 것은 유럽 밖이었다. 북미는 2025년 한 해 28% 성장해 트랜스크리티컬 CO₂설치가 6,360건을 기록했다. 일본은 한 해 동안 약 2,680건이 늘어 22% 증가한 총 1만4,930건을 달성했다.
숫자는 아니지만 하나 더 짚고 싶은 것은 2025년 보고서가 처음으로 한국·중국·동남아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을 별도 챕터로 상세히 다뤘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연냉매 전환이 명실상부하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 유럽 슈퍼마켓은 이미 자연냉매가 표준인가
신규매장 기준으로는 그렇다. 유럽에서 슈퍼마켓을 신축하거나 전면 리모델링한다면 중앙집중형 냉장에는 트랜스크리티컬 CO₂가 기본사양이며 자가완결형 진열대에는 탄화수소 플러그인 캐비닛이 기본값이다. 이미 유럽전역 매장에 수백만대가 설치돼 있으며 워터루프방식의 열회수와 결합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배경에는 EU F-Gas규정이 있다. 고GWP HFC가 희소해지고 비싸지면서 2024년 개정에 따른 쿼터 삭감으로 HFC가격이 최대 400%까지 뛰었다. 15년짜리 자산을 카운트다운 시계가 달린 냉매에 묶어두려는 소매업체는 없다. 실제로 독일계 글로벌 유통기업 METRO는 2040년까지 합성냉매 완전 탈피에 11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1만4,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슈바르츠그룹은 이미 4,600곳 이상을 CO₂ 또는 프로판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다만 설치기반 관점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침투율 34%라는 것은 여전히 유럽 매장의 3분의 2가 구형시스템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전환의 병목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설치·서비스 역량이다. 훈련된 기술인력이 전환의 진짜 병목이다. 방향은 확실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미완의 3분의 2가 앞으로 10년간 상업적 기회다.

❙ 산업용 냉동시장에서 암모니아와 CO₂는 어떤 구도를 이루고 있나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시장이 지능적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대형산업시설, 대형냉동창고, 대규모 식품가공 현장은 여전히 암모니아 영역이다. 대규모에서는 암모니아의 효율을 이길 수 없다. 최근 저충전 암모니아시스템의 등장으로 충전량과 이에 따른 안전·인허가부담도 크게 줄었다.
반면 CO₂ 점유율을 넓히고 있는 곳은 중소형 산업용시장, 즉 유통센터·소형 냉동창고·공정냉각분야다. 이유는 두 가지다. CO₂시스템이 표준화된 패키지제품으로 나오면서 암모니아처럼 전문 엔지니어링조직 없이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슈퍼마켓에서 CO₂를 다뤄본 기술인력이 이미 충분히 있어 이들을 그대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암모니아·CO₂ 캐스케이드시스템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은 자연냉매끼리 산업용 응용분야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다. 이런 경쟁 자체가 시장이 성숙했다는 신호다.
❙ 프로판(R290) 캐비닛이 편의점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거의 모든 진입장벽을 한 번에 없애기 때문이다. 프로판 플러그인(plug-in) 캐비닛은 공장에서 제작·충전돼 밀폐상태로 출고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냉매를 손댈 일이 없다. 기계실도, 배관도, 전문 냉동시공업체도 필요 없다. 기존 캐비닛을 빼고 새 캐비닛을 들여 콘센트만 꽂으면 끝이다. 충전량은 인정된 안전기준 내에 있고 에너지성능도 기존 제품대비 눈에 띄게 개선돼 매장운영자가 다음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바로 효과를 체감한다.
특히 진열대의 자연스러운 교체주기(7~10년)와도 맞아떨어져 한번의 통상적 자본지출 주기 안에서 매장별·캐비닛별로 전체 매장망을 전환할 수 있다. 일본이 근거다. 2025년 12월 기준 일본 편의점 5만6,000곳 중 약 1만3,500곳(24%)이 트랜스크리티컬 CO₂냉장을 운영 중이며 1년 전 20%에서 늘었다. 로손은 자사 매장 1만4,600곳 중 56%가 이미 전환을 마쳐 업계 선두다. 이 흐름은 반복가능한 소형패키지와 표적화된 보조금으로 약 10년 만에 이뤄졌다.
한국 관계자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은 세계에서 편의점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수만개의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매장이야말로 한국시장에서 자연냉매가 가장 빠르고 리스크 낮게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일본은 R290 플러그인 캐비닛과 소형 CO₂응축유닛을 함께 활용해 전국 단위로 이 방식을 이미 입증했다. 한국도 같은 조합이라면 10년이 아니라 2~3년 안에 움직일 수 있다.
❙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에서 자연냉매 전망은
데이터센터시장은 매우 빠르게, 매우 커질 것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AI워크로드로 인해 2030년까지 약 103GW에서 200GW 가까이로 거의 두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랙 밀도가 100kW를 넘어서면서 기존 공랭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열관리방식 자체를 액체냉각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냉각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낡은 냉매 대신 미래냉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현재시점에서는 자연냉매가 이 분야에서 작은 틈새에 머물러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ATMOsphere가 발간한 ‘Clean Cooling for Data Centers 2025’ 보고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궤적은 뚜렷하다. 유럽에서는 이미 프로판 칠러가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있다. 한 제조사는 30건 이상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CO₂기반 CRAC유닛도 배치됐으며 암모니아 칠러는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역의 시설에서 가동 중이다.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열회수다. 서버를 냉각하는 동시에 폐열을 지역난방망으로 끌어올리는 히트펌프-칠러 하이브리드방식으로 북유럽 프로젝트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 AI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동시에 기후목표가 강화되고 있는 한국은 이 지점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 히트펌프·급탕영역의 냉매전환은 어느 단계인가
냉매전환은 이미 히트펌프시장에서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수백만대의 CO₂ 히트펌프 온수기를 보급해왔다. 이는 아·태지역 자연냉매 전환 중 가장 큰 성공사례다.
유럽에서는 이 흐름이 이제 구조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규주택용 모노블록 히트펌프는 프로판이 주력 냉매로 자리잡고 있으며 유럽 주요 HVAC전시회에 가면 신제품 대부분이 R290유닛이다. 대용량 분야에서는 덴마크와 북유럽 전역의 지역난방망에 다중메가와트(MW)급 CO₂·암모니아 히트펌프가 열을 공급하고 있다. 식음료 생산공정에서도 산업용 히트펌프가 공정열 탈탄소화를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온대 국가에서 난방수요는 냉방수요보다 크다. 자연냉매가 난방을 잡으면 더 큰 시장을 잡는 것이다. 지역난방 인프라와 추운 겨울을 가진 한국은 바로 이 기술에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 제조사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최근 자연냉매분야에서 기술적 진전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가장 결정적인 진전은 CO₂가 이른바 ‘CO₂ 적도(CO₂ equator)’를 깨뜨린 것이다. △이젝터기술 △병렬압축 △단열식 가스쿨러 △고온기후 전용 아키텍처 등이 결합되면서 트랜스크리티컬 CO₂가 더운 날씨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오랜 통념이 깨졌다.
대표사례로 냉동업계에서 가장 가혹한 기후로 꼽히는 두바이에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NaturalRefrigerants.com이 보도한 대로 이탈리아 냉동설비업체 엡타(Epta)는 두바이의 한 하이퍼마켓 리모델링 현장에 370kW급 트랜스크리티컬 CO₂시스템을 설치·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두바이의 여름철 기온은 50℃에 달한다. 엡타의 고온기후기술은 2019년 아부다비 걸프지역 최초 트랜스크리티컬 CO₂설치로 처음 입증됐다. 정부의 에너지효율 목표에 힘입어 UAE·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소매업체의 수요도 늘고 있다. 7월 두바이에서 CO₂가 상업적으로 작동한다면 ‘더운 기후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끝난 것이다.
탄화수소분야에서는 충전량 감소와 표준개정이 핵심이다. kW당 R290 충전량이 크게 줄었으며 상업용 캐비닛에 대한 국제 안전표준(IEC 60335-2-89)이 개정되면서 탄화수소 충전량 상한이 500g까지 늘어났다. 더 크고 성능 좋은 플러그인장비가 가능해지면서도 엄격한 안전성은 유지됐다. 인버터압축기, 개선된 열교환기, 점점 지능화되는 제어·모니터링기술까지 결합되면서 효율 논쟁 자체가 뒤집혔다. 대부분의 응용분야에서 이제는 자연냉매시스템이 효율의 기준점이 됐다.
❙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있다면
남은 장벽은 대부분 기술적이라기보다 배치(deployment)의 문제다. 전 세계 어디서나 첫손에 꼽히는 것은 인력문제다. CO₂랙을 제조하는 속도가 이를 설치·커미셔닝·서비스할 사람을 훈련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기술인력훈련과 자격인증을 부수적 과제가 아니라 핵심인프라로 다뤄야 한다.
이와 함께 가연성 냉매의 안전기준과 충전량 규정이 국가마다 제각각이라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를 국제표준에 맞추는 작업은 규제과제이자 기술과제다.
자연냉매부품 공급망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는 있지만 50년간 쌓인 HFC제조업만큼 깊고 상용화되지는 못해 일부 용량대에서는 납기·가격에 영향을 준다. 대용량 냉방용솔루션도 아직 기술이 무르익는 단계다.

❙ PFAS·TFA 논쟁이 냉매선택 기준을 바꿔놓을지
이미 바꾸고 있다. 지난 30년간 업계는 냉매를 사실상 GWP(지구온난화지수) 한 가지 축으로만 평가해왔다. HFO는 낮은 GWP를 앞세워 해답으로 마케팅됐다.
그러나 GWP가 전부가 아니었다. 대표적 HFO인 HFO1234yf는 대기 중에서 사실상 100% TFA(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로 분해되는데 TFA는 극도로 잔류성과 이동성이 강한 PFAS계열 물질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빗물·식수·식품·인간혈액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TFA가 식수 내 전체 PFAS 질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2005년 이후 약 5배 늘었다.
규제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5개국 정부가 HFO와 여러 HFC냉매를 명시적으로 포함해 EU REACH 화학물질 규정에 따른 PFAS제한을 제안했다. 얼마 전인 2026년 6월 ECHA(유럽화학물질청) 위해성평가위원회가 독일의 제안에 따라 TFA를 생식독성물질로 분류하는 것과 함께 TFA와 무기염을 잔류성·이동성·독성(PMT) 물질로 공식 분류했다.
ATMOsphere 공동창업자인 Marc Chasserot는 ‘PFAS-Free 냉난방연합’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제언하고 싶다. 오늘 HFO기반 설비에 투자하는 것은 자산 수명 전체에 걸쳐 규제·평판·잠재적 법적 책임 리스크를 안는 것이다. CO₂, 암모니아, 프로판, 물, 공기는 이런 리스크가 전혀 없다. 자연냉매를 선택하는 것은 기후를 위한 선택만이 아니라 리스크 제거다. 자연냉매를 선택하면 결정을 번복할 필요가 없다.
❙ 정책의 명확성이 시장전환 속도를 좌우한다. 대표사례는
단연 EU F-Gas규정이다. 역대 가장 효과적인 냉매정책이다. 하루아침에 금지하는 대신 HFC공급량을 쿼터제로 점진적으로 줄였다. 희소해지니 나머지는 시장이 저절로 해결했다. 2024년 개정에 따른 쿼터 삭감으로 HFC가격이 최대 400%까지 급등했고 유럽 소매업계는 구형기술을 고수하는 것과 비용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명확한 부문별 금지조치와 정해진 시점의 서비스 제한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확실하게 비용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유럽의 CO₂ 매장 수는 2022년 5만5,000곳에서 2025년 12월 10만6,000곳으로 3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정책의 명확성이 곧바로 시장속도로 전환된 사례다.
보완적 사례는 일본의 표적화된 보조금 프로그램이다. 식품소매와 산업용 냉동분야의 고효율 자연냉매설비를 해마다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뤘다. 수천개의 CO₂편의점·냉동창고라는 실질적인 국내설치 기반을 구축했으며 일본제조사들이 자국시장 물량을 바탕으로 기술을 다듬고 산업화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산 자연냉매 응축유닛과 산업용시스템이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일본은 환경정책을 국제 산업경쟁력으로 전환시켰다. 보조금이 배출량만 줄인 게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키운 것이다. 이것이 검증된 정책전략이다. 유럽은 채찍의 힘을, 일본은 잘 설계된 당근의 힘을 보여줬다.
❙ 초기 도입비용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자연냉매시스템은 대체로 초기비용이 더 붙지만 대부분의 응용분야에서 총소유비용(TCO)은 이미 자연냉매가 유리하다. 에너지소비가 낮고 오르내리는 HFC가격에 흔들리지 않으며 앞으로 커질 규제준수비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장벽’은 사실 초기비용을 언제 회수하느냐의 문제이자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다. 둘 다 해결 가능하다.
정부차원에서는 세 가지 수단이 효과적이다. 초기 도입기업을 대상으로 표적화된 자본지출 보조금, 가속상각이나 세액공제, 그린공공조달 등이다. 업계차원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표준화다.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프리미엄이 압축되는 현상은 유럽 CO₂랙에서 이미 확인됐으며 성숙시장에서는 HFC시스템과의 가격 동등성이 사실상 실현됐다. 기술인력 양성도 설치비용을 직접 낮춘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도 15년 수명의 HFC·HFO설비가 안고 있는 좌초자산 리스크를 대출·보험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은행과 보험사가 이 리스크를 정확히 반영하는 순간 저렴한 합성냉매 옵션은 더 이상 저렴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 한국에서 자연냉매가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먼저 역량 부족이라는 가능성은 배제하고 싶다. 한국의 엔지니어링과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선·반도체·배터리·가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다. 기술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본다.
2025년 12월 기준 한국의 트랜스크리티컬 CO₂ 설치는 매장 4곳, 산업현장 6곳 등 약 10건에 불과하다. 비슷한 산업기반을 가진 일본의 1만4,930건과 비교하면 이 격차가 지리나 역량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격차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먼저 최근까지 규제신호가 없었다. HFC를 저렴하고 자유롭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종사용자가 사양을 바꿀 경제적 이유가 없었다. 시장은 인센티브가 시키는 대로 정확히 움직인다. 정부의 최근 HFC 사용제품 전환일정 발표, 올해 시작된 냉매 전주기관리로의 움직임이 첫 ‘출발신호’다. 또한 일본과 대조적으로 자연냉매기술에 대한 전용 인센티브가 없었으며 초기시장의 전형적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로 국내 설치사례가 적으니 설계자들이 주저해 설치가 더 적어졌다. 마지막으로 CO₂·탄화수소시스템에 훈련된 시공업체 기반이 제한적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첫 설치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서울의 한 편의점은 2021년부터 CO₂ 응축유닛을 가동해왔으며 농협하나로마트는 2023년 완전한 트랜스크리티컬 CO₂ 슈퍼마켓시스템을 설치했다.
씨앗은 이미 심어졌다. 한국은 한번 결정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다. 일본은 소수의 CO₂ 편의점에서 1만3,500곳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한국이 그 곡선을 줄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 한국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언한다면
먼저 HFC전환 일정을 장기적 확실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응용분야별 명확한 GWP 한도를 10년 이상 앞선 날짜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기업들은 보조금보다 규칙이 바뀌지 않는다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 확실성이야말로 존재하는 가장 저렴한 정책수단이다.
일본을 모델로 한 자연냉매설비 대상 표적화 보조금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문서화된 국내 성공사례가 다음 수백 명의 구매자를 설득한다.
특히 R290을 중심으로 안전기준과 충전량 규정을 현행 국제표준에 맞춰 현대화하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수백만대씩 팔리고 있는 제품이 한국에서 마찰없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요가 오기 전에 미리 기술인력훈련·자격인증에 투자해야 하며 그린공공조달과 주요 소매·콜드체인 사업자와의 플래그십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선도적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특정 기술을 하나 꼽는다면 트랜스크리티컬 CO₂를 선봉에 세우고 싶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검증되고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면서 냉동창고·식품가공에도 똑같이 적합하다. 그 사이 암모니아는 최대 산업규모에서 강점을 이어가면 된다.
이 기회가 단순한 국내 규제준수 이상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EU, 미국을 비롯한 점점 더 많은 시장이 빠르게 자연냉매설비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압축기·열교환기·캐비닛·컨트롤·완제품 시스템에 이르는 OEM기반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수요를 향한 주요 수출국이 될 수 있다.
❙ ATMOsphere의 중장기 비전은
우리 비전은 25년째 그대로다. 자연냉매가 모든 응용분야·모든 시장에서 당연한 선택이 되는 세상이다. 달라지는 건 우리가 하는 일의 범위뿐이다.
모든 정부와 이사회가 판단할 수 있는 확실한 수치를 갖도록 시장 인텔리전스를 계속 심화할 것이다. 올해 9월 브뤼셀 MAC 서밋, 2027년 아부다비에서 열릴 첫 ATMO Middle East 출범, 유럽·북미·호주 정기행사 등 전 지역에서 ATMOsphere 이벤트시리즈를 계속 키워나가며 NaturalRefrigerants.com을 업계의 글로벌 레퍼런스로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태지역은 이 계획의 중심에 있다. 도쿄를 거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으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앞으로 더 집중할 시장이다. 데이터, 현지 사례연구, 한국 이해관계자와 글로벌 업계간 연결을 심화할 계획이다.
25년 전만 해도 자연냉매는 소수의 신념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유럽에서만 10만개 이상의 매장, 수백만대의 히트펌프와 캐비닛이 이를 증명하며 3개 대륙이 이미 이 방향으로 규제를 선언했다. 앞으로 25년은 모든 사람, 모든 곳, 모든 응용분야에서 자연냉매 전환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산업은 이 이야기에 동참하는 것을 넘어 함께 써나갈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