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덴싱유닛(CDU)과 유니트쿨러(UC)는 국내 냉동·냉장설비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핵심기자재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이들 설비를 체계적으로 성능평가할 수 있는 표준기준이 부재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최근 콜드체인설비를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기술기준(안)을 공개했다.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K-HVAC)은 이번 기준안 마련에서 기술기준 개발을 담당했다.
김원욱 K-HVAC 수석연구원을 만나 시험평가체계 정립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들어봤다.
❙ K-HVAC은 어떤 기관인가
2001년 설립 이래 대한민국 HVACR산업의 시험·인증 및 기술발전을 뒷받침하며 국내 시험인증산업의 전문성과 신뢰성 향상에 기여해 왔다. 콜드체인, 히트펌프, 냉동공조기기 등 핵심설비의 에너지효율제도 운영과 성능평가, 시험인증, 표준개발 및 R&D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 HVACR 전문시험·연구기관이다.
최근 산업계는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K-HVAC은 이에 발맞춰 HVACR, 차세대 콜드체인, 데이터센터 첨단 냉각솔루션, 친환경냉매 적용 히트펌프 등 미래핵심분야로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적 수준의 시험인증 인프라를 한층 강화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한 기술적 교두보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 이번 고효율인증기준(안)에서 담당한 역할은
K-HVAC의 핵심역할은 단순히 기준값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재현가능한 시험평가체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기존 국내시장에는 유니트쿨러와 콘덴싱유닛을 체계적으로 성능평가할 수 있는 표준기준이 부재했다.
이에 따라 K-HVAC은 미국 AHRI, 유럽 EN 등 선진 국제표준을 분석하고 국내 제조사의 제품특성과 실사용 운전환경을 다각도로 반영한 시험방법을 정립했다. 특히 냉매 엔탈피 측정방식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시험설비를 활용해 비교시험을 수행했다. 이와 함께 제조사와 학계·연구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킹그룹(WG)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기술적 타당성과 시장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기준안을 완성했다.
❙ WG 논의과정에서 가장 이견이 컸던 쟁점은
글로벌 엄격성과 국내 산업 현실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 최대 화두였다.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는 명확하게 에너지절감을 유도해야 하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으면 시장수용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AHRI, 유럽 EN 등 국제기준을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국내 제조사의 실제 실증데이터와 기술력을 면밀히 검토했다.
인버터제어기술 적용 여부, 유니트쿨러 팬모터 종류 등 미세한 기술요소까지 종합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으며 결과적으로 산업계의 기술개발 의지를 고취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달성가능한 최적의 고효율기준을 도출해냈다.
❙ 기존 국내표준(KS B 6718)이 아닌 AHRI표준을 채택한 이유는
최신 기술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KS의 한계를 보완하고 글로벌시장에서 통용되는 시험·평가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기존 KS B 6718 표준은 1990년대 제정 이후 개정이 정체돼 최근 급격히 보급된 인버터기술이나 최신운전환경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AHRI 표준은 최신 제품기술과 실제 운전조건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다.
AHRI 시험방법을 기반으로 국내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국내제품의 성능신뢰성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향후 국내기업들이 해외시험인증을 획득할 때 발생하던 기술적 허들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적용범위를 정격 냉장능력 30kW 이하, 냉동능력 20kW로 설정한 이유는
국내시장 유통모델의 85%를 포괄하는 정밀한 시장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이다. 국내 유통 중인 220여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 해당용량 범위가 전체 조사모델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장대표성이 가장 뛰어난 범위를 우선지정함으로써 제도의 초기 안정적인 정착과 에너지절감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이는 시장의 대다수를 포괄하는 초기 적용범위이며 제도시행 후 고효율 등록모델 수, 성능데이터, 용량별 판매추이 등 객관적 근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뒤 확대해야 할 것이다.

❙ 시험방법으로 냉매열량측정법과 열량계법을 허용하는데, 두 방법간 결과편차는 없는가
두 시험방법의 가장 큰 차이는 냉각능력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냉매열량측정법은 냉매유량과 엔탈피 변화를 이용해 냉각능력을 산출하는 방식이며 열량계법은 시험공간에 일정한 열부하를 가한 후 열평형상태에서 냉각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각 시험방법은 관련 표준의 시험조건과 절차를 기반으로 하며 반복시험과 열평형검증 등을 통해 시험결과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인했다. 적절한 시험조건과 계측정확도만 확보된다면 두 방법 모두 신뢰성 있는 성능평가가 가능하다.
❙ 세트시험 시 실무적 어려움은
세트시험에서는 유니트쿨러와 콘덴싱유닛이 실제 운전조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합으로 시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험기관은 표준에서 요구하는 시험환경을 구현하고 제조사는 시험조건에 적합한 시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조건은 매칭 불균형으로 인한 데이터 왜곡을 방지하고 공정한 평가를 담보하기 위한 절차다.
제도도입 초기에는 시료확보와 조합설정에 일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시험절차와 운영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예측가능하고 신뢰성 높은 시험환경에서 인증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제시한 성능인증 기준을 설정한 이유는
국내기술 수준을 고려한 현실적인 기준인 동시에 글로벌시장 진출의 최소조건을 충족하는 진보적인 수치다. 유니트쿨러 기준은 국내시장 제품들의 성능분포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선에서 설정했다. 콘덴싱유닛은 부하별로 연간온도 빈 데이터(BIN Data)를 반영해 실제 사계절 운전효율을 측정하도록 설계했다.
미국 DOE 및 유럽 유로벤트 기준과 직접 비교가능한 평가체계이므로 이 인증을 통과한 제품은 글로벌시장에서도 충분한 기술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해당 수치는 국내·외제품대비 어느 수준인가
유니트쿨러는 동일 지표를 사용하는 유럽 기준으로 하위값에 해당한다. 콘덴싱유닛은 미국의 워크인쿨러앤프리저(WICF) 최저소비효율기준(MEPS)을 참고선으로 삼아 기준값을 설정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계의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한 결정이다.
처음부터 미국 에너지스타나 일본 탑러너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제조사 다수가 시험 자체를 통과하지 못해 제도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는 초기에는 다소 완화된 수준에서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향후 시험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갈 계획이다. 시험방법 자체는 AHRI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성능비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향후 국내 제조사의 해외인증 취득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국내 제조사 4개 이상 제품의 실증데이터로 도출됐다. 표본이 시장 전체를 대표하기에 충분한가
단순히 제품 수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동일제품에 대해 수차례 반복시험을 통해 시험결과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표본의 한계를 보완했다. 특히 동일 시료를 K-HVAC과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KRAIA)에서 각각 시험해 결과를 상호 비교·검증하는 절차도 거쳤다.
제도시행 이후에도 제조사·제품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시장변화와 제품기술 수준을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기반 제도개선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 고효율인증기준이 도입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가장 큰 변화는 제품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조사별 시험방법이 달라 성능비교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표준화된 시험방법이 적용되면 제품신뢰성이 높아지고 시장투명성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조사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고효율제품의 보급·확대를 유도할 수 있으며 운영사는 검증된 고효율설비를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콜드체인설비와 관련 추진 계획은
자연냉매 및 저GWP 냉매를 적용한 냉동·냉장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평가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고효율기자재 기술기준(안)에는 유니트쿨러·콘덴싱유닛 적용범위에는 CO₂냉매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관련 R&D과제를 통해 고압조건에 대응하는 계측장비 등 시험인프라를 보완해 향후 CO₂제품까지 성능평가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콜드체인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설비에 대한 성능평가기술과 시험기준을 고도화하며 실 운전환경을 반영한 에너지효율 및 연간성능평가 기술도 선제적으로 구축할 것이다. 나아가 국내·외 시험·인증기관 및 표준화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축적된 시험·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콜드체인기술의 신뢰성을 높여 국내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과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냉동·냉장용 콜드체인설비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기준은 단순히 새로운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국내 콜드체인설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표준화된 시험·평가기준이 제조사의 기술개발과 고효율제품 보급을 촉진하며 나아가 국내 콜드체인산업의 에너지절감과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K-HVAC은 앞으로도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면서 시험·인증과 표준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는 HVACR 전문시험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