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하나로마트, 인천공항 AACT 제1화물터미널, 롯데마트 구리점 등은 CO₂ 냉동기가 보급된 현장들로 국내 친환경냉매 보급의 새로운 시대를 연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전체 현장에 CO₂냉동기를 보급하지 못했다. 이유는 비싼 가격도 있지만 결국 한국가스안전공사(KGS)에서 시행하는 냉동능력 20RT 이상 대형 냉동장비에 대해 엄격한 검사와 규제 때문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CO₂)의 100~1만배 이상 온난화 영향이 있는 수소불화탄소(HFCs) 배출량이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HFCs는 냉장·냉방기기용 냉매가스 등으로 주로 사용된다.
정부는 2024년 7월 수소불화탄소 저감을 위해 단계별 전환 계획을 발표했으나 기기에 주입된 이후 수년간(2~20년)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수소불화탄소는 배출량 증가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022년 확정 냉매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3,220만톤 CO₂eq로 2023년과 2024년 잠정치는 각각 3,340만톤 CO₂eq, 3,500만톤 CO₂eq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를 적용한 냉장·냉방기기를 보급하는 것이 해답이다. CO₂는 GWP가 불과 1밖에 안되는 자연냉매로 환경친화적이지만 현행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돼 친환경냉매 적용 냉장·냉방기기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냉장·냉방기기 20RT는 냉동설비 신고와 정밀검사가 구분되는 기준점으로 이를 초과하는 장비는 법정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는 냉동능력이 커질수록 시스템 압력과 에너지량이 증가해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규제 강화로 GWP가 낮은 친환경냉매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현행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돼 친환경냉매 적용은 여전히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CO₂는 고압가스로 분류돼 설계압력과 배관기준이 유럽보다 훨씬 까다로워 해외에서 검증된 장비도 국내 인증절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RT 미만 용량으로 설계한 CO₂ 초임계 냉동시스템이 일부 설치된 사례가 있으나 강한 규제 탓에 대형 장비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군가가 20RT의 장벽을 먼저 넘어 성공적으로 설치한다면 이후에는 다른 기업들도 20RT 이상의 설계를 한층 수월하게 진행하며 국내 친환경냉매 전환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냉동기 기업계는 이러한 규제 환경에서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스안전공사 내부에서는 규정 완화를 통한 예외 허용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예외를 인정한 장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내부적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직된 제도는 친환경냉매로의 전환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며 “CO₂는 GWP가 1로 환경성이 우수하고 냉동성능과 에너지 효율에서도 뛰어나 글로벌시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국내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KGS CODE는 유럽보다 엄격해 동일한 장비라도 20RT 이상일 경우 국내 설치에 성공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라며 “유럽에서 이미 검증된 CO₂ 냉동 솔루션을 국내 환경에 맞게 적용하고 규제를 유연화한다면 안전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