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포장학회(회장 유하경)가 12월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제주 오리엔탈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포장학회가 주최한 이번 학회는 △포장학회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에버켐텍 △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기술센터 △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로지스올 △연세패키징기술경영최고위과정 총동문회 △한솔제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이 공동주관했으며 △에버켐텍 △소프트팩 등이 후원했다.
‘기술과 환경의 시대, 패키징의 뉴노말’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장산업의 최신기술 동향과 정책방향을 공유하며 친환경·스마트 패키징을 중심으로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행사 첫째날인 12월3일에는 △Young Scientist Presentation △Graduate Student Oral Competition이 진행됐으며 12월4일부터 개회식과 대표강연을 시작으로 총 12개 세션에서 43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유하경 포장학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포장학회는 그동안 포장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오며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했다”라며 “이번 제68회 추계학술대회의 주제인 ‘기술과 환경, 패키징의 뉴노멀’은 AI혁신과 지속가능성의 흐름 속에서 포장이 단순한 보호수단을 넘어 산업경쟁력과 환경책임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수출여건과 탄소저감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패키징 생태계를 구축하며 K-패키징 산업의 세계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학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구성원들과 후원기관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학술대회가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포장재의 순환, 자원회수, 탄소저감과 같은 환경적 책임은 필수과제”라며 “이번 포장학회 학술대회는 우리 사회에서 친환경 포장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대학교는 청정환경의 섬 제주라는 지역적 강점을 살려 탄소중립과 자원순환, 녹색산업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계와 산업계의 가교역할을 하며 환경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진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은 “최근 국내 패키징시장은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라며 “현재 글로벌 포장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탈플라스틱’으로 INC(국제플라스틱협약) 논의 결과가 전 세계 기업들의 패키징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EU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률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라며 “이처럼 글로벌과 국내정책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 학계가 정부·산업계·소비자를 잇는 건전한 논의의 중심이 되어주길 바라며 조합도 이러한 대화의 장에 적극참여하고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패키징산업, 기술·인력간 스킬갭 경고

추계학술대회 대표강연에서는 심진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센터장이 ‘국내 통계로 재조명한 패키징산업’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외 통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패키징산업의 구조변화와 인재전략을 짚었다.
심 센터장은 “이번 발표는 2020년 경제총조사와 2023년 제조업·사업체 조사를 종합한 분석결과로 기초데이터를 6개월 이상 가공해 산업구조와 미래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패키징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조1,340억달러로 2018년 이후 연평균 3%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이 핵심 키워드로 패키징산업은 이미 제품을 싸는 제조단계를 넘어 공급망·환경정책·데이터·고객경험이 결합된 종합 인프라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식·음료가 글로벌 패키징 수요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헬스케어·의약품분야 역시 고령화와 건강인식 확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아동보호용 포장, 개봉방지, 이지오픈 등 고기능 포장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패키징산업의 통계 재구성 결과도 눈에 띈다. 경제총조사 기준 2020년 국내 패키징산업은 사업체 수 약 2만6,500개, 종사자 수 24만명, 매출액 약 70조원 규모로 추정됐으며 2023년에는 제조업 통계의 연평균성장률(약 2.3%)을 적용할 경우 매출 75조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구조를 들여다보면 10인 이하 소규모사업장이 전체의 79%를 차지하지만 매출비중은 20% 안팎에 그치며 10인 이상 중대형기업(약 5,500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전형적인 ‘다수 소규모·소수 대규모’ 구조를 보였다.
심 센터장은 “상위기업에 자본과 설비투자가 집중되면서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반면 매출 5억원 미만 영세기업 상당수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해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 내 자동화·로봇 도입 현황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심 센터장은 국제로봇연맹(IFR) 자료를 인용해 “2023년 전 세계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로봇은 연간 54만대 수준이며 이 가운데 70%가 아시아에 설치될 정도로 제조업의 자동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동 중인 산업용로봇 재고는 약 428만대로 추정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 12%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동차·전기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종사자 1만명당 로봇보급 대수’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디지털전환 수준과의 괴리도 함께 존재한다.
심 센터장은 “포장현장에서 로봇 활용 확대는 주로 협동로봇기반의 포장·팔레타이징, 비전검사·AI기반 자동판정, 자율주행로봇(AMR·AGV)과 창고·물류시스템의 통합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런 변화는 단순설비 조작 인력이 아니라 라인설계, 데이터분석, 공정 최적화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은 이러한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산업전환 속도와 인재전환 속도 간 격차’, 이른바 스킬갭(Skill Gap)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심 센터장은 패키징 인재전략을 업스킬링(현 직무역량 고도화)과 리스킬링(새 직무로의 전환) 두 축으로 제시했다. 업스킬링영역으로는 AI·머신러닝기반 포장재 설계, 디지털 트윈·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 친환경·재활용 설계를 위한 LCA 분석, 품질·공정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등을 꼽았다. 리스킬링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R&D인력이 데이터 사이언스·AI개발 역량을 겸비한 직군으로 이동하거나 재활용·저탄소 설계를 전담하는 엔지니어, 지속가능 포장소재 개발자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심 센터장은 “이미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와 기업 주도의 교육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패키징 특화 인재 프로그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키징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인재 경쟁력이라며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돕고 판단력을 증폭시키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전제로 교육·정책·산업 현장의 전환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제학술지 도약·회원확대 목표
포장학회는 제32회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학회활동을 정리하는 한편,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유하경 회장의 연임 등을 결정했다.
올해 회원현황 보고에 따르면 학회 개인회원은 759명이며 종신회원·정회원·학생회원과 법인 소속 개인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법인회원은 15개 기관이 참여해 학술활동과 행사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주요활동으로는 두 차례 학술대회와 학술지 발간, 대외협력사업이 보고됐다. 4월 킨텍스에서 열린 제67회 춘계학술대회는 ESG를 주제로 패키징 기술 동향을 공유했으며 제주에서 열린 제68회 추계학술대회는 ‘기술과 환경의 시대, 패키징의 뉴노멀’을 화두로 포장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 전략을 다뤘다. 연 3회 학술지를 발간했으며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투고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우수연구를 확보하고 있다. 공공기관·기업과의 용역과제를 통해 재활용 정책, 순환경제, 전자상거래 포장 등 현안연구도 수행했다.
내년 사업계획에서는 학술대회와 학술지, 용역사업, 회원확대 전략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학회는 코리아팩 기간 중 킨텍스에서 제69회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10~11월 중 제70회 추계학술대회를 제주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술지는 현행 연 3회 발간 체제를 유지하되 KCI 수준을 넘어 국제학술지로 도약하기 위한 편집강화와 투고확대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공공기관·기업과의 용역사업을 적극발굴해 정책·산업 현장에서 학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전임 회장단 간담회와 단합행사, 정례 이사회를 통해 내부결속과 조직 운영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정기총회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된 유하경 회장의 연임 여부는 만장일치로 연임으로 통과됐다. 참석자들은 유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학술대회와 대외협력, 조직정비를 주도해 온 점을 언급하며 연임에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유 회장은 2026년까지 회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유 회장은 “학회가 대한민국 포장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학술과 산업을 잇는 가교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