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은 수확 이후에도 살아 숨 쉰다. 호흡을 하고 노화가 진행되며 품질이 떨어진다. 이 과정을 늦추는 것이 수확 후 관리기술의 핵심이다. CA(Controlled Atmosphere)저장기술은 저장공간의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농산물의 호흡과 노화를 억제하는 기술로 오랫동안 외국기술에 의존해 왔던 분야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는 10년 이상의 연구 끝에 CA저장 핵심기술 국산화에 성공하고 전국 농가보급을 이어가고 있다.
박천완 농업연구사를 만나 CA저장기술의 원리와 현황,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 수확후관리공학과는 어떤 부서인가
농산물의 수확 후 관리, 즉 저장·선별·가공·유통·안전분야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부서다. 세부적으로는 △유통과정에 필요한 세척·살균·포장·저장기계기술 △농산물의 외관(형상, 중량 등)과 내부성분(당도, 신선도, 맛 등) 비파괴적 측정기술 △농축산물 위해물질 신속측정 기술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 가공기계 기술 △산지처리 기계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농산물의 저장·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여 생산자에게는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식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 CA저장기술 연구배경은
농산물의 연중 유통과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사과품종인 후지사과를 대상으로 CA저장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후지사과는 시장과 소비수요는 많지만 저장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품목이었다.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 안정화를 위한 장기저장기술로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CA저장고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게 됐다.
현재 CA저장고는 크기별로 보급형(16.5㎡ 이하), 중대형(100㎡ 이상), PU(팰릿 단위)CA 등으로로 나뉜다. 제어방식별로는 1세대 CA와 2세대 능동형 CA(RQ-DCA: Respiration Quotient-Dynamic CA)로 구분되며 기체조절방식별로는 배출식(Purge-type)과 순환식(Circulation-type)이 있다.

❙ CA저장고의 구조와 기술적 원리는
CA저장고는 기밀성이 확보된 저온저장고, 압력제어장치(공기주머니와 압력밸브), 질소발생기, 통합센서(온도·습도·산소·이산화탄소)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저온저장고가 온도중심 저장기술이라면 CA저장고는 온도와 기체조성(O₂, CO₂)을 동시에 제어하는 저장기술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CA저장에서는 저장고 내부 산소농도를 약 2% 수준까지 낮추기 때문에 높은 기밀성(Air tightness)이 요구된다. 미세한 틈새 하나만 있어도 산소농도가 급격히 올라갈 만큼 기밀확보가 핵심이다.
또한 저장고 내부는 냉동기 가동에 따라 온도가 오르내리며 내부압력이 반복적으로 변한다. 이 압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1차 안전장치가 공기주머니이고 한계를 넘어설 경우 압력밸브가 강제로 열려 압력을 조절한다. 저장고 내부압력을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구조물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두 가지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질소발생기, 기체환경 측정센서, 자동제어기술 등 핵심기술을 국내 기업과 협력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관련 요소기술에 대한 산업재산권을 농진청에서 확보하고 있다.
❙ 2세대 능동형 CA는 무엇인가
능동형 CA저장고는 저장고 내부 농산물의 호흡률을 측정해 농산물의 생리상태를 파악하고 그 상태에 맞게 산소농도 설정값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즉 농산물의 호흡상태에 맞춰 저장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생리반응기반 저장기술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 CA저장이 설정된 산소농도 범위 안에서 단순 온·오프제어를 반복하는 방식이라면 능동형은 농산물의 생리상태를 판단한 뒤 산소농도 설정값 자체를 능동적으로 바꿔준다. 농산물이 지금 어떤 호흡특성을 보이는지에 따라 최적의 저장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에너지효율과 품질 두 측면에서 모두 유리하다. 질소발생기 가동 횟수가 줄어 전기료가 절감되고 질소발생기에서 공급되는 건조한 가스로 인한 저장고 내 습도 저하도 억제된다. 농산물은 무게로 판매되기 때문에 무게감소율을 줄이는 것도 농가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다.

❙ 현재 국내 보급현황은
국내 CA저장고는 보급형(5평형, 16.5㎡ 이하)과 중대형(30평형, 100㎡ 이상)으로 구분해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보급형은 개인농가 및 조합단위에 약 100여대가 보급됐다. 중대형은 현재 6대(보은 4대, 괴산 1대, 진주 1대)가 운영 중이며 올해는 배추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2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사과의 경우 CA저장고 제어장치가 사과에 맞춰 개발돼 있어 현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는 기후변화로 수급 불안정이 커지고 있는 배추를 주 대상으로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 아직 도입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초기 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센서, 제어 장치, 공기주머니, 방열문 등 CA저장을 위한 장비가 맞춤설계되기 때문에 비용이 높다.
다음으로 전문인력 부족문제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이 CA저장고 제작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데 기밀 설계·기체 제어·센싱기술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여서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국내 CA저장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전문인력 양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제조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 보급확산의 걸림돌이다.
❙ 정부의 CA지원 현황과 개선돼야 할 점은
CA저장고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저온저장고 지원사업 범위에 포함돼 있어 관련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도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화를 위한 중대형 CA저장고 시범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배추 재배농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확산을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첫째는 농가의 초기투자비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다. 둘째는 CA저장고 제작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만큼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지원체계 구축이다. 현재 협의체 운영과 기술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산업규모가 아직 제한적이어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기술확산이 가능하다. 농가구매 지원과 제조기업 지원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향후 연구계획은
저장기술 연구는 크게 농산물 자체 연구와 저장장치기술 연구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 측면에서는 재배부터 소비자 전달단계까지 발생하는 품질변화를 분석해 품질예측 기술과 적정 출하시기 결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장치기술 측면에서는 정밀한 저장환경 제어기술과 에너지효율 향상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AI기반 데이터분석을 접목해 자동제어와 품질예측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늘과 양파를 대상으로 AI모델 개발이 진행 중이며 빠르면 내년 1차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물 업사이클링, 3D영상기반 선별기술, 단백질추출 및 가공기계 개발 등 수확 후 처리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