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의존도가 높은 산업인 ‘물류’가 AI·디지털전환시대 속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경험치 대신 데이터분석을 적용하고 사람에게 고강도 노동이었던 물류산업 속 곳곳이 물류로봇과 자동화설비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흐름을 제도적, 학술적 관점에서 탐색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는 4월16일부터 18일까지 소노캄 제주에서 ‘2026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로봇과 손잡고, 물류의 내일을 앞당기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1일차에는 개회식과 기조강연이 이어졌으며 2일차에는 논문발표세션 및 특별발표세션이 운영됐다.
기조강연은 △배송로봇, 라스트마일 배송의 새로운 대안(이선영 로보티즈AI 부사장) △일반·제조물류혁신을 위한 AMR기반 지능형 로봇솔루션(박정민 한국오므론제어기기 팀장) 등으로 구성됐다.

미래물류를 위한 필수적 선택, 로봇도입
권용장 학회장은 “재작년 CES를 참관했을 때 여성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 것이 먼 과거가 아닌 듯한데 올해 CES에서 현대글로비스가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라며 “아틀라스로봇이 뒤집기 동작을 하며 넘어지려하는데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로봇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물류업계에서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수단을 넘어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고 이기종 설비를 통합제어하는 핵심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이번 학회가 로봇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물류의 내일을 앞당기며 산·학·연의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장이 되길 바란다”고 개회를 알렸다.
이준 한국철도학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물류에 대한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이라며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선거캠프마다 물류개선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러한 물류활성화를 위해서는 철도뿐만 아니라 물류업계에 로봇이 필수적으로 가미돼야하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자동화와 로봇이 보편화될수록 인력이 쉽게 투입되기 어려운 지역까지 물류 수배송이 가능해질 것이며 로봇을 그러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라며 “이번 학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며 참신한 담론들이 묻히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달업계 등 라스트마일 53% 비용구조, ‘로봇’ 대안될 것
이선영 로보티즈 AI 부사장은 ‘배송로봇, 라스트마일 배송의 새로운 대안’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도입 배경과 시장 동향, 실제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라스트마일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라스트마일 배송비용이 전체 물류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배송로봇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라이더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서 자율주행 로봇 기반 배송 서비스의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물류산업에서 로봇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핵심영역으로 ‘초근거리 배송’을 지목했다. 대형 운송구간과 달리 소형화물 이동이 많은 라스트마일 구간은 로봇이 실질적으로 대체가능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약 37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라이더 인력 부족 △단거리 배송 기피 △사고 위험 △수수료 상승 등이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라스트마일 배송 비용은 전체 물류비의 약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용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과 물류기업은 해당 구간의 자동화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로봇을 활용할 경우 배송단가는 인건비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가능하다”라며 “로봇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송로봇의 활용범위는 단순 배달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 캠퍼스, 아파트 단지, 병원,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음식 배달 △의료물품 운송 △쓰레기 수거 △순찰 등 복합기능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학캠퍼스는 로봇도입 초기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다. 젊은 이용자층을 중심으로 수용성이 높고 건물단위 배송환경이 명확해 로봇 적용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60개 이상의 대학에서 로봇배송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자 만족도 역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기술측면에서는 자율주행과 관제시스템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된다. 로봇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이동하되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무선충전 △실내·외 통합 주행 △센서 고도화 등 기술발전이 이뤄지며 운영시간이 14시간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상용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제도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배송로봇이 보행자지위를 확보하면서 인도와 횡단보도 주행이 가능해졌으며 소형 배송수단으로서 제도적기반도 마련됐다. 향후 로봇과 사람은 역할이 분리된 형태로 공존하게 될 것이며 특히 단거리·반복 배송영역에서 로봇의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이용자의 장난이나 방해 행동 등 비기술적 변수도 주요 과제로 지적됐다.
이 부사장은 “로봇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만 현실에서는 비합리적 상황까지 대응해야 한다”라며 “기술고도화와 함께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I와 로봇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배송로봇은 라스트마일 물류구조를 변화시키는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MR 중심 자동화 가속화, 제조·물류 경계 붕괴
박정민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물류솔루션팀장은 ‘일반/제조물류 혁신을 위한 AMR 기반 지능형 로봇솔루션’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제조와 물류를 통합하는 자동화전략과 AMR기술 방향성을 제시했다.제조와 물류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공장자동화 기반의 AMR(자율이동로봇)솔루션이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이송을 넘어 데이터기반 통합운영과 지능형 관제까지 결합되며 물류혁신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오므론은 일본 교토에 본사를 둔 자동화 전문기업으로 약 100년간 공장자동화(FA)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ATM, 자동개찰구 등 다양한 산업자동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며 최근에는 물류 및 제조 통합 솔루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박 팀장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현재 자율제조와 무인화 개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구조 역시 제조 중심에서 발전해왔지만 물류영역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과 물류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며 제조물류의 중요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물류 투자사이클이 둔화되면서 자동화수요는 ‘신규 구축’에서 ‘기존 센터의 효율화’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반도체 등 제조 물류분야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새로운 성장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므론은 AI, IoT, 로보틱스,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i-Automation’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 장비공급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의미한다.
AMR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다. 기존 AGV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라면 AMR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경로를 탐색하며 유연하게 운영된다. 특히 제조물류에서는 고객 요구에 따라 로봇 상부모듈을 맞춤설계하는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별로 이송 대상과 공정이 상이한 만큼 단일플랫폼이 아닌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수의 AMR을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서는 ‘플릿 매니지먼트 시스템(FMS)’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 간 충돌 방지, 최적 동선 설계, 작업 효율 관리 등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통합 관제 기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AMR도입의 핵심은 단순로봇이 아니라 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관제 역량”이라며 “동시 운영 환경에서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 방향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이 제시됐다. 기존에는 물동량과 로봇 수량을 단순 계산으로 산정했다면 현재는 실제 물류센터를 가상환경에서 구현해 사전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운영 효율 △병목구간 △충전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최적 운영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 향후에는 AI기반 자동설계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 팀장은 “현장과제 해결이 곧 산업과 사회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라며 “데이터기반 자동화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물류혁신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멈추지 않는 무인화 공장은 현실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자율제조 시스템을 통해 제조와 물류의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류계 로봇도입과정, 수용성·비용·공공성 과제 병행해야
기조강연 이후 이어진 토론은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김영주 철도기술연구원 실장, 송병덕 고려대학교 교수, 이선영 로보티즈AI 부사장, 박정민 오므론제어기기 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로봇배송과 AMR기반 물류자동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발전뿐만 아니라 수용성, 비용 구조, 공공서비스 관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배송시장은 2030년 약 2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로봇배송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최근 규제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지며 상용화 환경이 갖춰지고 있어 로봇 도입세가 더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주 철도기술연구원 실장은 “식품사막, 쇼핑난민 등 물류소외지역에서 로봇배송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공동물류와 자동화를 결합해 서비스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로봇배송의 공공적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어 “물류 자동화를 위해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상태·행동 데이터까지 포함된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송병덕 고려대 교수는 “다수의 주문과 로봇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어떤 로봇에 작업을 할당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라며 “단순 거리 기준이 아닌 전체 시스템 최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운영 최적화 문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선영 로보티즈 AI 부사장은 “초기에 로봇도입은 신기함으로 수용되지만 결국 습관과 편의성이 관건”이라며 “배달비는 인건비 기준으로 설계하고 있으며 로봇 가격은 장기적으로 50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로봇산업은 초기 투자비가 커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보급이 중요하다”라며 “로봇을 얼마나 많이 보급하느냐가 시장선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오므론제어기기 팀장은 “로봇도입은 ROI기반으로 판단되며 인력절감 효과가 핵심 기준”이라며 “단순 장비가격이 아닌 유지보수·운영비를 포함한 총비용 관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은 물류보다 투자 회수기간에 대한 수용 범위가 넓으며 리스 프로그램과 원격 유지관리 등으로 도입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