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안영효 한국물류학회 회장

“물류 지속가능성 촉진 전문인력 양성
규제·표준 정립 콜드체인 GDP 필수”

URL복사


“물류는 더 이상 3D업종 또는 수준 낮은 직업이 아닙니다. 고객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고도의 산업입니다. 특히 콜드체인물류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더욱 전문화·고도화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물류수준도 선진국에 못지않게 발달돼 있으니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해 주기 바랍니다”


한국물류학회는 1991년 설립돼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또한 매년 물류업계에서 탁월한 성과와 혁신을 올린 기업인을 선정하는 물류인 대상과 물류학회지에 학술적 가치가 높은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를 선정해 국토교통부장관상인 물류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는 공신력 높은 학회다. 


산·학 협력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산학협력위원회가 구성돼 산업현장을 매년 방문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업계 성과와 혁신사례를 발표해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등 해외물류관련 학회·단체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국제협력위원회도 구성돼 있어 해외를 선도하는 국내 물류기술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목표도 갖고 있다.


늘 현장에서 산·학·연 교류를 이끌며 오늘도 지속가능한 물류를 만들어가고 있는 안영효 회장을 만나봤다.


■ 지금까지 걸어온 물류의 길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던 1990년대 초반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경영학석사과정(MBA)에서 물류를 세부전공으로 배웠다. 박사논문도 ‘공급체인에서 협업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한 내용이었다. 졸업 후에도 현재까지 물류·SCM에 대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물류유통산업실에서 물류산업·SCM을 수년간 연구했으며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에서는 e-비즈니스연구센터에서 근무했다. SCM을 포함한 e-비즈니스시스템을 구축해 실행하는 과정을 수년간 수행했다. 또한 CJ GLS(현 CJ 대한통운)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센터장으로서 물류현장도 경험했다. 10여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2006년부터 인천대학교 무역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천대에서 물류·SCM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관련 연구를 꾸준히해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6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학회 활동도 활발히해 현재 32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 수준인 한국물류학회 회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류, 유통·무역 관련 다른 학회에서 부회장, 편집위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 글로벌 물류시장 동향은  

글로벌 물류시장 동향은 여러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물류관련 기술발전과 스마트화가 지속되고 있다. 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물류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지능화, 스마트화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물류솔루션을 찾아 채택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요소인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ESG는 투자의사결정 및 장기적인 재무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비재무적 요인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개선하려는 경영철학으로 볼 수 있다. 물류분야에서도 탈탄소화를 위한 친환경 냉장·냉동 전기화물차 도입 등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지속될 예정이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끊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언제 또 다시 충격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기존 견고하게 구축됐던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며 다시 재편되는 과정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물류기업들은 더욱 민첩해지고 있다. 기존 물류시장에서 속도가 중요했으나 지금은 민첩성이 더 중요하다. 외부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이 물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또한 민첩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시성이 필수다. 물류 전체 프로세스를 볼 수 있는 시스템(가시성)을 갖추며 이상이 발생하면 감지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민첩성)이 확산되고 있다.


■ 국내 물류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3 물류성과지수(LPI: Logistics Performance Index)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17위(3.8점)를 차지했다. 2016년 24위, 2018년 26위에 비해 순위가 올랐다. 


아시아 주요 국가 순위는 홍콩 7위(4점), 일본 13위(3.9점), 대만 13위(3.9점), 중국 19위(3.7점)로 나타났다. 평가항목은 통관, 인프라, 국제배송, 물류역량, 추적, 정시성 등으로 전 세계 물류 전문가들이 5점 척도로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6가지 항목 중 인프라 점수가 4.1로 가장 높은데 이 점수는 3위 수준 국가와 동일하며 국제배송이 3.4로 가장 낮다. 물류산업을 6가지 항목으로 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수준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우리나라의 물류산업 경쟁력은 국제물류분야는 아주 높지 않으나 국내 인프라 및 시스템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이다. 현대적이며 효율적인 물류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항만, 공항 및 물류센터가 설치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 물류업계는 전문화되고 기술적으로 발전돼 있다. IT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자동화, 로봇화 등에 주력해 물류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빠른배송과 고객서비스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온라인쇼핑 및 배달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신속한 물류가 필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시장인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국제무역과 물류산업에서 중요한 전략적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무역강국으로서 세계 각국과 광범위한 무역활동을 수행하며 물류산업에 확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다른 선진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을 발전시킨다면 물류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 물류에서 콜드체인의 중요성은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백신, 생명과학 제품 등과 같이 온도에 민감한 제품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콜드체인 물류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적절한 콜드체인관리는 공급망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며 제품이 안정적으로 유통되게 함으로써 고객만족도와 기업평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유통기한 연장으로 폐기물이 감소해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콜드체인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며 물류시장에서 콜드체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 콜드체인산업에서 주목할 점은 

콜드체인산업에서 초저온기술을 주목해야 한다. LNG를 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에너지를 콜드체인에서 사용한다. 인천, 평택, 통영, 삼척, 제주에 LNG기지가 있는데 인천송도기지는 가장 큰 소비지인 수도권에 있어 콜드체인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최적지다. 




LNG기지에서 발생하는 냉열에너지를 인근 콜드체인물류센터에서 바로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다. 또한 인천은 위치적으로도 동북아 중심에 있기 때문에 물류 허브이면서 우리나라의 관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송도 콜드체인클러스터는 국제콜드체인의 중심이 될 것이다.


온도에 민감한 제품들을 유통하는 과정에서의 품질, 안전성,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와 표준, 즉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구축도 중요하다. 얼마전 코로나 팬데믹때 백신이 운송과정에서 변질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콜드체인 GDP가 확립되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콜드체인 GDP의 적절한 온도조절시스템과 모니터링장치, 제품특성에 맞는 적절한 운송 수단과 보관시설, 온도기록 및 문서화, 적절한 교육과 훈련, 위험평가 및 관리 등이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콜드체인 GDP가 확립돼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 국내 물류산업 성장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물류산업은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빠르게 대처하고 변화해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공해를 유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선박이 조만간 퇴출될 것이며 친환경 운송수단이 의무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물류산업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운송수단 확대,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노력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공급망 관점에서 물류산업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의 공급망은 위험과 변수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처치할 수 있는 대응력인 글로벌공급망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적자원도 강화해야 한다. 물류는 더욱 스마트화·지능화될 예정이다. 특히 IoT, 빅데이터, AI, 자동화기술 등이 일반화될 수 있다. 물류의 스마트화는 사람이 개발해 구축하고 활용한다. 인적자원이 부족하면 스마트화는 어렵다. 고급인력을 많이 배출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물류네트워크 확충에도 집중해야 한다. 물류는 결국 네트워크다. 국내는 물류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아직 갈길이 멀다. LPI점수에서도 우리나라는 국제물류분야에서 유독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주요거점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물류수준이 낮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국제적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은 

물류산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높은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물류전문가들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육기관과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고급 물류인력 양성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친환경 운송수단의 사용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원하며 지속가능한 물류시스템 구축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물류와 유통이 결합한 비즈니스모델이 확산하고 있는데 도심형 물류센터 확보가 중요하다. 도심에 물류와 유통을 함께할 수 있는 중소형 센터가 필요한데 부지가 없다. 유휴부지, 폐쇄된 철도역, 이면도로, 구도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류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소통하며 현안 발생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물류관련 협회·기관들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통합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물류는 더 이상 낮은 수준의 직업이 아니다. 다양하고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고도의 산업이다. 특히 콜드체인물류산업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더욱 고도화·전문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물류수준도 선진국 어느 나라에 못지 않게 발달돼 있으니 업계 종사자 모두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