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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준석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실장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대용량·초저온·친환경 만족"
헬륨·질소·공기 Zero GWP 냉매, 반도체·바이오분야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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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기계연구원은 지구온난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냉매를 적용한 대용량 초저온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냉각성능시험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속 회전기기인 터보기계는 압축기, 팽창기, 펌프로 구성되며 발전플랜트, 극저온플랜트, 히트펌프와 같은 에너지시스템의 핵심설비다. 극저온 냉각기술은 LNG액화, 수소액화, 공기액화, 초전도, 양자컴퓨터, 입자가속기 등과 같이 극저온 냉각이 필수인 분야를 위해 극저온 냉열을 생성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다.

기계연구원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에너 지저장연구실에서 개발한 초저온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재생에너지의 간 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용량 액체공기 에너지저장시스템 기술과 산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용량 초저온 냉각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이다.

고준석 에너지저장연구실장을 만나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개발 배경과 특장점 등에 대해 들었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150℃ 이하 극저온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극저온냉각기가 필요한데 냉각온도와 냉각용량에 따라 여러 형태의 냉각방식이 사용된다. -200℃ 냉각온도를 기준으로 수백W 이하 냉각용량은 스터링, GM (Gifford-McMahon), 맥동관냉동기와 같은 크라이오쿨러(Cryocooler)로 표현되는 단품형태의 극저온냉각기가 적합하다.


반면 kW단위의 대용량 냉각은 플랜트형 태의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주로 대용량 극저온냉각을 위한 시스템으로 압축기, 팽창기, 열교환기 부품으로 구성된 압축기와 팽창기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터보기계다. 수소액화, LNG액화, 헬륨액화와 같은 극저온플랜트는 부품의 사양, 수량, 배치 등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압축기, 팽창기, 열교환기로 구성되는 공통점이 있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대형 극저온 냉각플랜트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개발 배경은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개발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100℃ 냉각온도에서 10kW 이상 냉각용량을 갖는 대용량 초저온 냉각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가 빠르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의 증기-압축 냉각방식으로는 대용량, 초저온, 친환경, 고효율, 신뢰성을 모두 만족하기 어렵지만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제한적으로 적용돼 온 극저온 냉각기술을 초저온 영역으로 확장해 산업계에 확산하는 의미도 있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특장점은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냉매가 기체상태에서 압축, 열교환, 팽창이 이뤄지는 사이클로 헬륨, 네온, 질소, 공기와 같은 Zero GWP냉매를 사용해 냉매규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산업공급체계에서 수급이 어려운 터보기계방식의 압축기와 팽창기 개발이 필수다. 에너지저장연구실은 20년 이상 연구를 통해 핵심기자재인 터보기계기술과 냉각시스템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자체 개발한 터보기계를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한 운전 및 제어기술을 개발해 -100℃에서 10kW 이상의 냉각능력을 갖는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에 적용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개발에 성공할 수있었다.


냉매의 증발잠열을 이용하는 기존 증기-압축 냉각시스템은 냉매종류와 조건에 따라 증발온도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냉각온도와 냉각용량을 제어하기 위해 On/Off 제어와 전기히터를 이용해 온도정밀도와 에너지소비효율이 낮다. 반면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자유롭게 냉각온도와 냉각용량 제어가 가능해 시스템 운용과정에서 에너지소비효율이 높고 안정적인 온도로 냉각이 가능하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적용분야는

칠러가 냉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것처럼 터보-브레이튼 냉각 시스템도 냉각온도와 냉각용량이 부합한 다면 초저온냉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는 주로 반도체와 바이오산업분야에서 대용량 초저온 냉각 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고집적 반도체 생산을 위해 고종횡비 식각공정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식각공정 중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제거하기 위해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이 초저온칠러로 활용될수 있다. 식각공정 외에도 반도체 후공정의 다수 장비에 동시에 초저온냉열을 제공할 수 있는 유틸리티장비로도 활용 가능하다. 


바이오산업분야에서는 백신, 치료제, 바이오샘플, 시약 등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초저온저장이 요구된다. 현재는 냉장고와 유사한 크기의 초저온냉동고나 액체질소로 온도가 유지되는 저장탱크 수십대를 활용하고 있다. 냉각용량 10 kW급 초저온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을 이용하는 초저온 저장창고는 수십 대 이상의 초저온 냉동고를 대체할 수 있다.


▎상용화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번 기술개발은 터보-브레이튼 냉각 시스템 기술이 대용량 초저온 칠러로서 활용이 가능한지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반도체분야와 교류를 통해 반도체 제조라인에 적용되기 위한 제품형태와 운용방식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상용화 제품의 크기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시스템운전 및 제어 단순화, 시스템 레이아웃 설계 최적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개발일정은

초저온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 개발연구를 2026년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가격이 높은 가스인 네온을 냉매로 사용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질소를 냉매로 변경해 터보기계(압축기, 팽창기)를 새로 개발한다. 

또한 시스템제어 단순화를 통해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의 크기와 형태를 반도체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구기간 내 개발할 계획이다. 새로 개발되는 기술은 기술이전을 통해 2027년 이후 상용화 제품이 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보완할 점은
상위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터보-브레 이튼 냉각시스템은 최종시스템이 요구 하는 온도환경을 위한 하위시스템이다.

기존의 초전도 전력기기 개발 혹은 LNG 재액화시스템 개발사례를 보면 극저온냉각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시간부족으로 냉각시스템 개발은 고려되지 않고 해외기업으로부터 수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근 초저온 및 극저온냉각이 필수적 으로 요구하는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냉각기술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이를 이용하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터보-브레이튼 냉각시스템은 Zero GWP냉매를 이용하기 때문에 냉매규제가 강화될수록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될 것이다. 핵심부품인 터보기계는 관련 산업계에서 공급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국내기업이 터보-브레이튼 냉각시 스템 공급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일부 글로벌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산업용 냉각분야에서 국내기업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