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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기술력·합리적 가격기반 글로벌 공략나선 ‘K-스마트팜’

농식품부·농진원 ‘K-스마트팜 수출활성화사업’ 주목
카자흐스탄·베트남·호주·사우디 거점확보 지원강화
노동인구감소·기후위기 속 스마트팜 향한 관심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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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산업과 기술의 끝없는 혁신을 이뤘다. 농업은 인류가 존재함과 동시에 시작된 산업이다. 토양에서 자연의 에너지로 작물을 생산·수확했다. 기술발전은 농업형태도 바꿨다. 인간과 가축의 노동력을 대신해 농기계들이 도입됐으며 노지재배에서 벗어나 온실재배까지 발달했다. 최근에는 수경재배, 시설원예에서 나아가 ‘첨단온실’이나 ‘스마트팜’이라는 형태로 온실 내 최적 온·습도 관리와 작물생육 예측, 병해충 차단 등의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해 농작물의 재배환경을 원격제어하고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지능화된 농장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2010년 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에 대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유망산업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디지털전환 트렌드에 발맞춰 농업 또한 변화의 바람을 맞게 됐다.

기후위기·인구감소 속 스마트팜 필수
오랜시간 전통적인 형태로 산업을 유지해 온 농업인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의 바람은 달갑지 않은 흐름이었다. 학계와 농가간 기술격차가 점점 커졌으며 ‘스마트팜’은 높은 비용이 투자돼야만 하는 실체없는 산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 농업방식은 농업인구 급감으로 앞으로 5~6년 안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국 농업인구가 줄어들면 외국인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우지 않겠냐고 하지만 지금 동남아시아 등 국가도 빠르게 산업발전을 이뤄가고 있으며 그들 역시 농업인구가 급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통적인 농업방식의 소멸이 유로 기후위기를 짚었다. 그는 “기후위기는 한 국가에게만 닥쳐오고 있는 변화가 아니며 전 지구가 동시에 겪고있는 문제”라며 “폭염과 혹한 및 폭발적인 강우량 등은 작물을 자라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노지에서 인간이 노동을 행할 수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빠르게 전 세계를 잠식해가고 있으며 모든 산업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분야 역시 기후위기로 인해 전통적으로 수행해왔던 산업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예년과 같지 않은 광량과 예측할 수 없는 강우 등 급변해버린 기후환경 속 안정적인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 해진 것이다.



전환기 맞은 스마트팜업계
인공적인 온·습도관리와 LED조명 조절을 지속적으로 행해야 하는 스마트팜은 에너지다소비산업으로 꼽힌다. 이는 스마트팜운영을 위해서 많은 운영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스마트팜은 첨단설비가 투입된 식물공장이나 온실구축을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어마어마한 산업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업계는 기후환경 및 대내·외적 요건으로 인해 스마트팜 필요성을 인지하며 도전하고 있지만 여러 장애물을 맞닥뜨리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0년부터 스마트팜이 주목받았다고 보지만 그보다 이전부터 시설원예나 유리온실과 같은 형태로 산업은 꾸준히 발전해왔다”라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꽤나 오랜기간동안 발전 해온 산업임에도 성공사례를 찾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팜에 도전한 여러 기업이 사업초기 높은 비용을 투자해 스마트팜 운영을 시작했지만 운영단계에서 지속적인 에너지비용으로 손실이 커져 농작물을 재배해 이 손실을 상쇄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고자 업계는 에너지절감 및 고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이나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예측기술 등 첨단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면서 작물 단가를 높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마트팜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군별 효율화를 찾아나섰다. 지금의 스마트팜 업계는 여러 번의 실패 이후 더 실질적인 성장동력을 찾아나서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마켓앤마켓스(Market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농업시장 규모는 2024년 144억달러(약 19 조6,000억원)로 파악됐으며 2029년까지 233억8,000만달러(약 31조8,000억원)로 성장이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0.2% 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제한된 자원으로 식량증대를 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기술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혔지만 실체가 없는 산업으로 여겨졌던 스마트팜이 전환점에 들어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스테비아토마토 양산에 성공하며 ‘토망고’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지속성장을 거듭해 온 스마트팜 설계·운영기업 우듬지팜이 최근 눈에 띄는 주가상승으로 업계이목을 끌었다. 우듬지팜의 자회사인 우듬지이엔 씨가 농산물 생산기업인 만이팜과 50억원 규모의 경남 진주시 청년스마트팜 유리온실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듬지이엔씨가 외부에서 수주한 첫 성과였다. 이어 6월2일 우듬지팜은 종속회사인 나인팜을 통해 현대건설로부터 약 15만 2,000㎡(약 4만6,000평)규모의 토지를 매입해 국내 최대규모 스마트팜단지인 ‘충남 글로벌 홀티 컴플렉스(농업 바이오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총사업비 3,300억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다.

우듬지팜의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팜단지 조성은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우듬지팜에게도 중대한 기점이 될 프로젝트”라며 “최첨단 단지조성을 통해 글로벌 K스마트팜의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스마트팜업계에 이전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꽤 오랜기간 고전했던 스마트팜기업들의 굵직한 성장소식이 들리며 거스를 수 없는 기후위기 상황 속 발전을 거듭했던 인류가 또 다른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도권 근교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는데 이는 도로, 항만, 공항 등 국가적 인프라가 어느정도 완성된 시점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될 건설현장을 찾아나서는 투자자의 니즈와 맞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4차산업혁명으로 중요해진 데이터센터와 함께 기후위기 및 인구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대규모 식물공장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스마트농업 수출전략산업 육성
한국의 스마트팜산업은 정부주도로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스마 트팜산업을 혁신성장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이듬해인 2018년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7월 스마트농업법을 시행하며 수직농장 등 미래농업을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을 발표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농업생산 30%를 스마트농 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국내 스마트팜산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수출전략산업으로 스마트농업의 가능성도 증진시켜왔다. 2020년부터 농식품부는 한국농업기술 진흥원과 함께 ‘K-스마트팜 패키지 수출활성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스마트팜수출 유망국가에 농식품부가 선발한 컨소시엄이 시범온실을 조성해 수출거점을 조성한 후 운영해 스마트팜 수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K-스마트팜 패키지 수출활성화사업’은 △온실시공·설계 △기자재 △시설자재 △운영 등 각 분야 전문기업들이 참여한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차를 맞이했으며 지금까지총 4개의 컨소시엄이 선정돼 △카자흐스탄 △베트남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에 K-스마트팜 패키지를 수출했다. 총 3년차 사업 후 2년의 스마트팜 운영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3년동안 컨소시엄은 각각 1년씩 △시장조사 △착공준비 △준공 등을 수행한다.

2020년에는 스마트팜 IoT, ICT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인 나래트랜드가 카자흐스탄 수출사업을, 스마트팜 전문기업인 아페스가 베트남 수출사업을 맡아 각국에서 시범온실 완공 후 현재 운영 중이다. 석유·정밀화학제품 생산기업인 이수화학은 2017년부터 그린바이오사업부문을 신설해 스마트팜산업에 진입했으며 2023년 호주 수출사업에 선정돼 온실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농심 또한 2018년부터 스마트팜사업부 문을 신설해 시장에 진출했다.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사업에 선정돼 현재 착공식을 마쳤으며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활성화사업은 2020년 사업초기에는 ‘시범온실 조성’ 형태로만 사업이 운영되다가 2024년부터는 스마트팜 대형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스마트팜 컨소시엄 수주지원사업’으로도 확장·운영되고 있다. 2025년 현재 ‘K-스마트팜 패키지 수출활성화사업’은 △시범온실 조성 및 교육 △컨소시엄 해외 프로젝트 수주지원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 △스마트팜 수출 실증지원사업 등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수진 농식품부 농산업수출진흥과 사무관은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활성화사업은 해외에 시범온실을 조성한 후 해당 국가의 박람회를 참여하 거나 언론과 연계해 해외바이어를 초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K-스마트팜 수출을 견인할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빠르게 성장하고있는 글로벌 스마트팜시장을 공략해 한국 스마트팜기업이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고 사업의의를 밝혔다.



‘가성비’있는 K-스마트팜, 글로벌시장 주목
식량공급망에 대한 우려와 전 세계에 닥친 기후위기로 세계는 확실히 스마트팜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K-스마 트팜’의 경쟁력은 주목 할만 한 수준인 것일까. 

지난 몇 년간 스마트팜 글로벌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하지만 최근이 흐름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김태엽 이수화학 상무는 “K-스마트팜은 글로벌시장에서 기술력대비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형성해 ‘가성비’를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라며 “유럽 스마트팜기업들이 기술의 정교함과 높은 자동화수준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반면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수준은 준수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대응력, 우수한 유지관리서비스 등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화학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수시스템의 관계자는 “한국의 IT기술력은 이미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글로벌 스마트 팜시장 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한다”라며 “단순한 환경제어를 넘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 친화적 신규서비스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푸드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K-스마트팜 수출활성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심훈 농업 기술진흥원 팀장은 “베트남에서 보여주는 한국 딸기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예상하는것 이상으로 뜨겁다”라며 “베트남 수출을 진행한 아페스는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서 체험형 온실로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은 아직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이 낮으며 베드형태로 양액을 주면서 환경을 제어해 작물을 키운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페스의 온실은 현재 베트남 농업과학원 내부에 구축돼 있는데 베트남에 외국정상들이 방문하거나 주요국가행사가 있을 때면 아페스의 온실을 꼭 방문코스에 넣고 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팜 보급활성화와 함께 운영 되고 있는 K-스마트팜 수출활성화사업은 역으로 국내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새로운 수출동력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공고히하기 위해선 보완점도 분명 필요하다.

김태엽 이수화학 상무는 “향후 K-스마트팜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기술자체의 고도화와 정밀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유럽제품과도 기술적으로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면 K-스마트팜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글로 벌시장에서 주도적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쩌면 지금이 2010년부터 주목받았던 스마트팜산업의 확실한 전환점이자 도약의 순간일지 모른다. 스마트팜은 농업과 기술융합에서 나아가 식품유통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사업형태로 미래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선도적으로 글로벌 수출시장에 진출한 기업 사례를 통해 향후 스마트팜시장 전망을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