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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 규제 카운트다운⋯ 냉동공조업계 냉매 선택 기로

베이어레프코리아 ‘한국형 냉매전환 전략’ 자료 발간
단기적 비용문제 보다 장기적으로 규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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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HFCs(수소불화탄소) 사용제품에 대한 냉매전환 일정을 공식 확정하면서 냉동공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HFCs 사용제품의 물질전환 일정을 공고하며 냉동·냉장설비분야는 2030년 1월부터 GWP 150 미만 냉매사용을 의무화했다. 공조분야는 정격냉방능력 12kW 미만 소형의 경우 2028년 1월, 12kW 이상 중대형의 경우 2030년 1월부터 GWP 750 미만이 적용된다. 가정용냉장고(2027년), 정수기·냉온수기·제빙기(2029년), 쇼케이스·냉장설비(2030년) 등 품목별 시행시기도 확정됐다.

 

베이어레프코리아가 최근 분석한 ‘HFCs 감축에 따른 한국형 냉매전환 전략’ 자료에 따르면 규제에 맞춰 국내 냉동공조업계는 HFCs 대체냉매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규제환경 변화는 단순한 냉매교체에 그치지 않는다. 설비설계 변경, 안전기준 대응, 인증 및 납기, 장기적인 규제리스크 관리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과제가 업계 전반에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재 설치하는 설비가 203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신규설비 도입의 핵심 판단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냉동·냉장, R455A 부상⋯ 비가연성 기준 충족
냉동·냉장분야는 공조분야에 비해 대체 냉매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오랫동안 업계표준으로 사용해 온 R404A(GWP 3,943), R507A 등 High GWP 냉매는 2030년 이후 신규설비에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GWP 1인 CO₂ 냉동시스템은 중·대형 냉동분야에서 장기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과 제도적 지원여부에 따라 적용범위가 제한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이다. 다만 ESG경영에 따라 금융리스크 부담을 갖는 대기업은 정부지원정책과 관계없이 CO₂냉매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화학냉매로는 GWP 150 미만 규제기준을 충족하는 R455A와 R454C로 글로벌 압축기·부품·냉매 제조사들의 선택지가 좁혀지고 있다. 두 냉매 모두 ASHRAE Standard 기준 A2L(약가연성)로 분류되지만 국내에는 이에 대응하는 약가연성 기준이 없고 가연성·비가연성으로만 나뉜다.

 

국내 고압가스 안전관리 기준에서는 폭발하한계(LFL) 10% 이하이거나 폭발범위(UFL-LFL) 20% 이상인 가스를 가연성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라 LFL 11.8%·UFL 12.9%인 R455A는 비가연성이다. LFL 7% 미만·UFL 15% 초과인 R454C는 가연성으로 분류된다. 현행 기준에서 비가연성으로 분류되는 R455A가 더 주목받고 있다.

 

R455A는 GWP 약 146의 HFO기반 혼합냉매로 R404A 대체를 주요목적으로 개발됐다. R404A대비 압축기효율은 105% 수준으로 중온 및 저온조건에서 약 5~10%의 에너지효율(COP) 개선효과를 보이며 동일 냉동능력 기준에서 전력소비 감소가 가능하다. 기존 HFC 냉동시스템의 설계·제어·서비스 프로세스를 크게 유지한 채 전환할 수 있어 ‘전환 비용이 낮은 대안’으로 평가되며 자연냉매로의 장기전환과정에서 중요한 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R455A가 상업용 냉동·냉장분야에서 실제 적용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스페인 Olano Group 물류센터(냉동용량 455.8kW)처럼 과일 저장·유통분야에서 R455A를 적용한 사례가 공개돼 있으며 단순 시험단계가 아닌 상업현장에서 성능검증이 이뤄진 냉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Temperature Glide가 증발기 8.27K·응축기 10.49K로 R404A(0.46K·0.38K)나 R454C(6.15K·7.18K)에 비해 크기 때문에 열교환기 설계가 까다롭고 성능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어 시스템 설계단계에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R454C는 GWP 148 이하로 동일한 규제기준을 충족하며 Temperature Glide가 상대적으로 작아 시스템설계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국내 가연성분류 장벽으로 인해 북미 등 해외수출용 냉동분야, 혹은 특정 운전조건에서 압력부담과 시스템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우에 선택되는 보조적 대안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R455A는 국내 냉동시장의 과도기적 전환 냉매로 R454C는 해외 수출영역에서 목적성이 분명한 선택지로 각각 구분된다.

 


 

공조, R32·R454B 양강 구도… 장기 규제 대응 변수
공조분야에서는 R410A(GWP 2,088) 대체를 놓고 R32와 R454B가 주요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냉매 모두 기존 R410A시스템에 단순 대체(Drop-in) 적용이 가능한 냉매는 아니다.

 



R32(GWP 675)는 이미 글로벌 공조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냉매로 R410A대비 약 5~10% 높은 냉동능력과 3~8%의 에너지효율 개선효과를 보이며 냉매충전량도 약 20~30% 감소시킬 수 있는 단일냉매다.

 

GWP 750 제한기준도 충족한다. 다만 GWP 675 수준이므로 중장기적인 규제 강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최종해답이라기 보다는 현행기준에 충족하는 과도기적 대안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R454B(GWP 466)는 R410A 대체를 목적으로 개발된 HFO/HFC 혼합냉매로 압력과 성능특성이 R410A와 매우 유사해 설계변경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제조사관점에서 보다 쉬운 전환옵션으로 평가되며 북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R32가 GWP 675인 데 비해 R454B는 GWP 466으로 추가적인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제공하지만 이 역시 최종해답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R32는 효율과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조시스템에 R454B는 온실가스 저감과 시스템연속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공조·히트펌프 응용에 각각 적합한 냉매로 평가된다.

 

냉매전환, 중장기적 조달리스크 고려해야
유럽에서는 HFCs계열 냉매에 대한 쿼터감축이 본격 시행되면서 GWP 1,000 이상 냉매의 공급량이 구조적으로 제한됐다. 이로 인해 R404A, R507A, R410A 등 High GWP 냉매의 시장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격상승은 단순한 수요증가가 아니라 HFCs 총량 감축정책에 따른 공급제한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즉 유럽시장에서는 냉매의 가격경쟁력이 성능이나 기술적 우수성보다 ‘할당량 소모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됐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인터넷 소매가 기준으로 R410A는 10kg에 18만7,000원 수준이다. 반면 Low GWP 대체냉매인 R454B는 41만원, R455A·R454C는 61만원에 형성돼 있다. 다만 이는 소매 기준 참고가격으로 용량이나 유통경로에 따라 실제 구매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유럽사례에서 확인됐듯 HFCs 감축일정이 본격화되고 할당량이 감소함에 따라 현재는 저렴한 High GWP 냉매가격도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냉매전환을 단기적인 비용문제로만 판단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조달리스크와 규제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고려한 설비설계와 제품개발이 필수적인 이유다.

 

HFCs 단계적 감축정책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흐름이며 냉동·공조산업의 냉매전환은 선택이 아닌 전제조건이 됐다. 지역별 규제 해석, 주요제조사의 기술 전략,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수급리스크 등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이 중·장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글로벌 규제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압축기·제어·냉매 등 다양한 글로벌 부품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입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접근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