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물류센터시장이 팬데믹시점 급격한 공급과잉 시기를 지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점진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저온물류센터의 경우 공실률이 지속될 전망이다.
CBRE는 최근 ‘다가오는 물류시장의 새로운 균형’ 보고서를 발표하며 물류시장 동향을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과잉으로 급등했던 수도권 A급 물류센터시장 공실률은 2024년을 정점으로 하향전환하며 시장안정화의 초기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누적된 미착공물량과 인허가 리스크, 어려워진 자금조달환경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신규공급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류센터 공급제한적, 미착공물량 변수
CBRE는 물류센터 공급 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2025년 8월기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고도 1년 이상 착공이 이뤄지지 않은 물류센터 사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착공상태로 분류된 물류센터는 총 172개, 연면적 기준 약 1,236만㎡로 집계됐다. 이는 CBRE가 정의한 수도권 A급 물류센터 표본 전체(318개) 중 개수 기준 약 54%, 전체 면적(2,450만㎡)기준 약 50%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착공 물류센터는 수도권전역에 분포해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뚜렷했다. 이천·안성·여주 등 경기남부 3개권역에만 전체 미착공 사업장의 57%인 111개가 집중돼 있었으며 권역별 리스크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기존 공급규모대비 약 15% 수준만 미착공상태로 확인된 반면 안성과 여주는 기존 공급대비 100~150% 수준의 미착공물량이 누적됐다. 주요 물류권역인 김포에서도 미착공 사업장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착공자산이 향후 공급활동 재개시 지역별 리스크가 상이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미착공 사업장의 평균 연면적은 6만6,000㎡(약 2만평)을 소폭 상회했다. 용인, 인천, 양주, 안산, 시흥 등에서는 대형프로젝트의 정체가 두드러졌으며 이천은 프로젝트 수는 많지만 개별 사업장면적은 평균 5만3,000㎡(약 1만6,000평)수준으로 전체 평균을 하회했다. CBRE는 이 같은 구조가 향후 공급 재개 시에도 지역별로 상이한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유구조 분석결과도 낮은 공급회복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전체 미착공사업장의 약 75%는 법인 소유로 분류됐으며 나머지는 개인 또는 국가·지자체 소유였다. 개인 소유 사업장은 단기 내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제돼 향후 잠재 공급량 산정에서 제외됐다.
법인소유 미착공 사업장 중에서도 일반 부동산 개발법인 및 PFV, 집합투자기구가 보유한 사업장이 93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사업장 중 약 81%는 인허가 후 3년 이상 착공되지 않은 상태로 인허가 만료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CBRE는 최근 1년간 실제 착공이 확인된 사례가 5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중단기적으로 대규모 신규공급이 재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점진적 수요회복, 3PL·이커머스 중심
공급과 달리 수요 측면에서는 완만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상반기기준 수도권 A급 물류센터 임차인분석 결과 삼자물류(3PL)와 이커머스가 전체 임차면적의 79%를 차지하며 시장 수요를 주도하고 있었다.
3PL비중이 46%로 가장 높았고 이커머스는 33%로 뒤를 이었다. △도소매 △F&B △제조업 △패션·뷰티 등 기타 산업군도 수요를 형성하고 있으나 물류 자동화와 전문화가 진전되면서 일부 수요는 3PL로 흡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글로벌 물류센터 자동화 시장규모는 향후 10년간 매년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아마존 물류센터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며 국내에서도 쿠팡의 자동화 추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점진적인 공실회복이 예상되기 있지만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자산구축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자동화시스템 구현을 위한 충분한 전력 △로봇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넓은 바닥면적 △정밀한 노면 평탄화 등이 필수적으로 구비돼야 한다.
수도권 A급 물류센터 시장의 순흡수면적은 팬데믹 이전인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220만㎡를 기록했다. 2020~2021년에는 신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며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낮아졌으나 2022년 이후 대규모 공급이 집중되면서 공실률이 급등했다. 다만 2025년 상반기에는 순흡수면적이 신규 공급을 상회하며 공실률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
권역별로 보면 2024년기준 안성과 이천이 가장 높은 순흡수면적을 기록했으며, 김포·화성·용인·여주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용인과 김포에서는 3PL과 이커머스, F&B 수요를 중심으로 저온물류 면적의 임차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나타났다. 다만 전체 순흡수면적에서 저온 물류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5% 수준으로 상온 물류센터대비 절대적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CBRE가 2025년 상반기 주요 임차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요회복 기대감이 확인됐다. 조사에는 국내 주요 3PL 및 이커머스기업 등을 포함해 약 45개사가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72%는 향후 2년 내 사업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63%는 물류센터 포트폴리오 확장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전체 응답자의 67%가 물류공간 확대를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36%는 최소 10%에서 최대 30% 이상까지 물류센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CBRE는 2026년까지 추가로 약 140만㎡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속 성장 △공급망 효율화 및 자동화 투자확대 △신선식품, 콜드체인 등 특수물류 수요증가 등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물류공간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시장확신이 드러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7년 수도권 A급 물류센터 시장의 통합공실률은 약 10%로 판단된다. 상온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자연공실률인 5% 수준보다도 낮은 약 4%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온 물류센터는 여전히 최소 30%의 공실률을 보일 전망이다.
공실리스크 지속에 따라 저온물류센터의 상온전환 활동이 꾸준하게 관찰될 것으로 보이나 상온공실률에 미치는 영향은 1~2%p 수준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CBRE는 “공급은 미착공 물량과 인허가 리스크, 자금 조달 여건 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반면 수요는 3PL과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향후 수도권 물류센터시장은 무차별적 개발이 아닌 입지경쟁력과 임차안정성을 갖춘 자산중심의 선별적 공급국면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