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심재 준불연 단열재 의무화 시행 행정‧제도 곳곳 허점…개선 방향은

국토부, 늦장 대응 업계 혼란 자초
현장‧자재 고려해 제도 개선 필요
단열재 선도기업 시장 확대 전망

URL복사




2015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화재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꾸준한 기준 강화가 이뤄져 왔다.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2021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을 계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법개정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며 유례없는 수준의 법령개정이 이뤄졌다.

지난 2021년 12월23일 화재안전 성능을 강화한 건축법 개정안과 하위법령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단열재를 포함한 건축물의 외부마감재료, 공장·창고 등의 내부마감재료, 샌드위치패널 등 복합자재 등은 심재를 포함한 모든 구성요소가 준불연 성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22년 2월11일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공포했으며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이하 관리기준)’도 시행했다. 또한 화재성능실험도 샘플실험에 더해 샌드위치패널과 복합 외벽 마감재료는 실제 건축물모형에 직접 불을 붙이는 실대형 성능시험(KS F ISO 13784-1, KS F 8414)을 추가해 2가지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복합자재는 품질인정제도 적용대상에 포함돼 인정을 획득한 자재만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3년마다 인증갱신과 1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 품질인정은 공장, 생산 프로세스, 유통, 시공현장 등을 포함해 평가하며 납품되는 제품수량 전체를 추적관리할 수 있어 사실상 전수검사의 성격을 띈다.

국토부는 새 관리기준을 시행하면서 1년간 유예와 기존 제품에 대해 시험성적서의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을 뒀다. 이에 대해 건축자재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며 건축자재 수급 안정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계기로 단열재업계에서 저품질 단열재기업을 퇴출시키며 우수한 단열재 성능을 지닌 기업을 중심으로 단열재업계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반면 단열재업계에서는 일방적인 정책 강화로 인해 단열재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의견과 경쟁력있는 단열재기업이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이번 기획에서는 심재 준불연 단열재 의무화 제도 시행 이후 1년을 돌아보는 한편 단열재업계  최근 시장동향과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국토부, 현장 혼선 자초…업계 타격  
단열재 화재안전 성능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축법 및 하위법령이 시행됐지만 국토부, 건설기술연구원 등 관계당국이 세부사항에 대해 세부기준이나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허술한 제도운영이 비판을 받았다.

관리기준의 세부지침은 제정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4월에 정해졌으나 이마저도 세부 시험품목에 대한 지정이 누락되는 한편 오탈자로 인해 1달만인 지난해 5월 한 차례 개정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법과 제도로 심재 준불연 단열재 의무화가 시작됐지만 세부기준이나 지침 등이 부족한 사이 일부 기업은 불법을 자행하기도 했다. 심재 준불연 단열재 의무화 시행 이후 단열재는 실물모형시험을 통과해야 했지만 시험성적서가 발급되지 않는 한편 실물모형시험이 가능한 장소가 부족해 시험을 치르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성적서 유효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단열재가 현장에 시공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실제로 2021년 6월 광주광역시의 한 현장에서 준불연 시험성적서가 만료된 EPS보드가 유통된 적이 있다. 이마저도 실화재실험을 시행하지 않은 성적서여서 외벽마감재 사용이 불가한데도 준불연 단열재로 유통된 사례다. 

또한 시험기관간 개정 법령에 적합한 콘칼로리미터법, 가스유해성, 실물모형시험에 대한 시험방법, 판정기준 등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시험성적서가 발급되지 않기도 했다.

외벽 실물모형시험이 가능한 장소는 건설연구원 4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6기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건식은 1주 2회, 습식은 1개월 1회 시험이 가능한 특성에 따라 2024년까지 관련 시설에 시험일정이 가득 차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시험기관도 부족하지만 기업들이 시험응시비용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어떤 기업에게는 연간 매출액보다 훨씬 큰 시험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효기간 허용시점에 대한 당국의 해석도 당초 언급과 달라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업계는 ‘법 시행일 이전 건축허가 등 신청을 한 건축물에 적용하는 마감재료는 종전규정을 따른다’는 요지의 관리기준 부칙 제3조 제2항에 의거, 허가시점을 기준으로 제도대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에 대해 ‘설치일 기준’이라고 답하면서 업계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패널이 품질인정제도에 포함됐지만 건축법 시행시점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국토부의 늦장 개정과 땜질식 대응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운영 차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개정된 관리기준은 샌드위치패널의 품질인정 시 강판과 단열재 모두 불연재인 경우 실물모형시험을 면제받도록 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불연재료에 도색이 입혀진 경우 실물모형시험을 시행토록 돌연 변경함에 따라 글라스울 샌드위치패널 업계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샌드위치패널 중 내부칸막이벽, 쇼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제품은 가설건축물을 세우고 화재안전 성능을 시험하는 방식의 실물모형시험(KS F ISO 13784-1)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5월 세부운영지침이 개정되면서 갑작스럽게 외벽을 세우고 화재상황을 연출하는 방식의 실물모형시험(KS F 8414)도 병행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실물모형시험 인증 수요로 유효기간 내 인정절차 마무리가 불가능하게 되며 막대한 인증비용에 더해 제품공급 공백 발생에 따른 경영악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품질인정제에서 허용하고 있는 ‘표준모델’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빗발쳤다. 국토부는 품질인정 수요가 집중되는 초기대응을 위해 업계 각 협회 및 단체로부터 표준모델을 신청받았으며 이를 적용한 제품의 경우 별도의 실물화재시험 없이 제조,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모델은 제조기업이 제품을 제조하고 해당 구조대로 현장에 시공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은 부재해 제도적 허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신고를 통해 적발돼도 인정 취소 대상에 명시되지 않아 재시공만 하면 지속적인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한 구조이기에 오히려 편법이나 불법의 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심재 준불연 단열재 의무화, 복합자재 품질인정제도가 국토부의 미숙한 행정조치에 따라 온전하게 시행되지 못하면서 업계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지웠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지난 1월9일 관리기준의 내용 일부를 수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확한 날짜(관리기준이 제정된 2022년 2월11일)를 지정해 시험성적서에 대한 유효기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과 외벽 마감재료에 대한 경과조치를 마련한 부분이다.

그러나 단열재업계를 중심으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2월11일 이전과 이후 사업 승인받은 건 모두 심재 준불연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데 현장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법과 제도의 준비도 안된 상태로 시행하다보니 뒷북 개정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단열재업계의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시험기관이 국토부 고시 제2020-1053호에 의거한 시험을 시행하지 않고 관리기준에 대한 시험만 진행 중”이라며 “국토부 고시 제2020-1053호에 의한 준불연 시험성적서를 획득하더라도 2023년 2월10일 이후에는 관리기준에 따른 준불연 단열재를 사용해야 해서 자재공급에 공백이 생기거나 허위 성적서로 유통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제도 문제 산적…개선 시급
앞서 현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행정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 제도가 단열재의 특징을 정책과정에서 온전하게 고려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열재 사용 목적은 건물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단열성에 맞춰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어느 국가도 심재 자체의 준불연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시험을 통해 단열재 화재안정성능을 평가하는데 이마저도 특정 물질을 도포한 상태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단열재 자체적으로 자기소화성을 띄기 때문에 마감을 불연재료로 처리하는 것이다.
 
시험판정기준에 대한 불합리성도 지적되고 있다.

단열재업계의 관계자는 “샌드위치판넬 시험법인 KS F 13784-1의 경우 미국 소방국 시험기준인 NFPA 265에서 유사한 시험도 하고 판정기준 또한 유사하다”라며 “미국은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서 5가지 판정기준 중 2가지 이상이 불합격이면 불합격인 반면 우리는 5가지 중 단 한가지라도 불합격이면 최종 불합격 판정이 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복합자재 실물모형시험의 경우 시험체 결합부에서 외부 불꽃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상부 천장 평균 온도가 650℃ 이하여야 한다. 또한 바닥 복사열량계 열량이 25kW/m² 이하, 바닥의 신문지 뭉치가 발화하지 않아야 하며 화재성장단계에서 개구부로 화염이 분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서 온도와 열량을 중심으로 한 정량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 정성적인 조건까지 5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해외는 재료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부분을 같이 고려해 2가지 이상의 기준만 충족시키면 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으면서도 단열재 특성을 고려한 복합적인 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수년간 물류창고 화재 등으로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단열재 특징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통행식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실물모형시험에 대한 적합성 검증도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는 복합자재(샌드위치판넬) 실물모형시험(KS F ISO 13784-1)과 외벽마감재료에 대한 실물모형시험(KS F 8414) 모두 구조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지 소재에 대한 시험은 아니다. 소재부문을 고려해 시험항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장 기업이 감당하는 시험응시와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법 개정 강화로 인해 업계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험응시 비용 등 감당하기 버거운 부분들은 연구개발이 이뤄져 기술상용화가 된 이후 기업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부과할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도 국토부 고시안 수정이 반복되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건축업계의 관계자는 “국토부 고시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현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바뀐 고시에 대한 해설서 배포 및 건축허가자, 공공기관 건축담당자, 건축사, 감리자, 건설사, 제조사 등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은 현재 심재 준불연성능을 인증받은 기업에게 발급되고 있는 실물모형시험(KS F 8414) 성적서에 준불연 성능과 단열성능을 일괄 표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시중에 유통되는 성능 미달 제품 및 현행법을 따르는 시험성적서와 관련없는 시험성적서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현행 제도가 넘어야 할 숙제다. 

이를 위해 시험성적서를 현장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자재 및 불법 성적서 유통을 사전 방지하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국토부나 성적서 발급 기관에서 시험성적서가 인증됐다는 것을 블록체인과 같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적 요소를 도입해 불법 제품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불씨를 차단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 선제적 R&D ‘결실’…한계도 존재
관리기준 발표 이후 반년간 강화된 관리기준에 의한 품질인정제를 통과한 단열재기업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국토부가 세부지침 등을 누락한 채 제도를 시행한 탓에 업계 혼란이 가중된 탓이 크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들은 수년간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관리기준에 의거한 실대형 화재시험(KS F 8414)을 통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심재만으로 준불연 성능을 만족시킬 뿐만 아니라 친환경성과 우수한 단열성능까지 확보한 케이스다.

올해부터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조기 적용되면서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건축물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면서도 싸이클로펜탄 등 친환경적 원료를 사용해 화재 시 유독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관건은 단열성능과 준불연성능을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기술적인 한계다. 최근 심재 준불연성능에 성공한 단열재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준불연성능 강화에 나서며 상대적으로 단열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눈에 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준불연 이상 성능을 평가하는 실물모형시험(KS F ISO 13784-1, KS F 8414)을 통과해야 하다보니 에너지부하 최소화와 단열성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기 단열재업계가 준불연성능을 강화하는 배경 중 하나는 화재에 강한 글라스울, 미네랄울 등 무기 단열재가 가진 경쟁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함도 있다. 2021년 12월23일 제정된 건축법 및 하위법령이 무기 단열재시장의 시장장악력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유기 단열재시장에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도의 유불리를 떠나 유‧무기 단열재 모두 비등한 수준으로 실대형 화재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유‧무기 단열재 구분없이 준불연성능으로 KS F ISO 13784-1과 KS F 8414를 통과한 EPS나 PF 등 제품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확대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는 단열재시장이 강력한 제품경쟁력을 가지며 시장 재편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