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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학규 세중해운 CXL BIO 사장

“대기환경 조정 CA컨테이너, 한국 신선농산물 수출 견인”
딸기·포도 신선도 2배↑ 선도유지⋯ 품질경쟁력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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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산물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신선도와 품질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장거리 해상운송이 늘어나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신선도를 극대화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세중해운 CXL BIO와 농촌진흥청은 CA기술을 움직이는 선박 컨테이너에 적용한 ‘CA컨테이너’를 국내 최초로 공동연구하기 시작해 2021년부터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송학규 세중해운 CXL BIO 사장을 만나 CA컨테이너 기술 특장점과 수출사례, 향후 과제 등을 들었다.

▎ CA컨테이너는 무엇인가
CA컨테이너는 컨테이너 내부의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 대기성분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저장환경을 최적화함으로써 농산물의 호흡과 생리대사를 억제하고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냉장컨테이너다. 

산소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과일 및 채소의 노화와 부패를 효과적으로 지연시킨다. 이에 따라 장거리 해상운송 중에도 품질과 신선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 CA컨테이너 개발배경은
국내에서 CA저장기술은 1990년대부터 일부 도입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로 고정식 저장고에 국한됐으며 수출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많았다.

2020년대 들어 신선농산물 수출이 급증하면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세중해운이 손잡고 국내 최초로 이동형 CA컨테이너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고정식 저장고와 달리 CA컨테이너는 수출 주산지에서 바로 선적해 항구, 선박, 수입국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품목별 CA조건 설정, 플러싱(산소·이산화탄소 농도 치환) 시간단축, 이동 중 전력공급 등 복잡한 과제가 많았다.

농진청과 함께 수년간 현장실증을 반복하며 품목별 최적 CA조건을 찾고 이동식 질소발생기와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관련 인프라를 자체 개발해왔다. 그 결과, 현재 딸기, 포도, 고구마, 참외, 복숭아, 멜론, 수박, 버섯 등 다양한 품목에 CA컨테이너를 적용해 실질적인 수출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 특허 받은 ‘이동식 질소발생기’의 역할은
CA컨테이너의 핵심공정 중 하나는 ‘플러싱’이다. 플러싱이란 컨테이너 내부 공기를 빠르게 치환해 목표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맞추는 작업이다. 

일반 CA저장고의 플러싱 작업은 주로 고정된 질소발생기를 이용하는데 CA컨테이너는 수출 주산지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이동해 플러싱 작업을 해야하므로 ’이동식 질소발생기‘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된 질소생산방식, 순도, 냉각방식 등을 포함해 이동식 자체전력 생산 등을 특허등록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플러싱 시간인 6시간을 3시간으로 단축시켜 컨테이너 내 온도상승없이 신속하게 플러싱이 가능해 수출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했다.


▎ 해상운송 중 전력단절(단전) 문제 해결방안은
해상 운송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는 ‘단전’이다. 항만이나 선박 적재 전후, 또는 항로변경 시 컨테이너에 전원이 끊기면 내부온도가 급상승해 품질이 손상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과 공동으로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는 단전 5시간까지 UPS로 보완이 가능하며 앞으로 10시간 이상 커버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UPS시스템은 이동식 질소발생기와 연동해 플러싱 후 CA환경이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예기치 않은 단전상황에서도 신선농산물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

▎ 기존 리퍼컨테이너와 차별점은
CA컨테이너의 핵심은 ‘대기조성’을 인위적으로 바꿔주는 데 있다. 일반 리퍼컨테이너는 온도와 습도만 조절이 가능하다. 반면 CA컨테이너는 산소농도를 대기 중 21%에서 1~5%까지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0.5~15%까지 높여준다.

이렇게 하면 농산물의 호흡이 느려지며 노화와 부패를 촉진하는 에틸렌가스의 발생도 억제된다. 과일이 ‘숨을 천천히 쉬게’ 만들어 노화속도를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사과나 배처럼 저장성이 좋은 과일은 CA컨테이너에서 수개월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딸기, 포도, 복숭아 등 저장성이 약한 품목도 CA환경에서는 기존보다 1.5~2.5배까지 저장기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CA컨테이너는 품목별로 최적의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맞출 수 있어 맞춤형저장이 가능하다. 이 부분이 단순냉장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 CA 컨테이너 수출사례와 효과는
신선농산물 수출에서 ‘선도유지’, 즉 신선도를 얼마나 오래, 그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는 수출성공의 핵심이다. 예전에는 주로 항공운송에 의존했지만 항공운임이 높고 물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해상운송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해상운송은 항공에 비해 운임이 저렴하지만 운송기간이 길어 그만큼 온도와 습도, 산소·이산화탄소 농도 등 저장환경을 정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품질저하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특히 딸기, 포도, 복숭아, 멜론, 참외 등 한국의 대표 수출품목들은 모두 신선도에 민감한 과일이다. 이들 품목은 수확 직후부터 품질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수출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온도나 저장환경이 흔들리면 현지에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CA컨테이너를 통해 수출된 대표적 과일 중 하나는 딸기다. 딸기는 저장성이 매우 약해 항공운송이 아니면 수출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CA컨테이너를 적용해 해상운송을 시도한 결과, 기존 리퍼컨테이너대비 신선도 유지기간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수출에서는 산소 3~5%, 이산화탄소 1~12% 조건에서 딸기를 20일간 운송한 후 현지 소비자평가를 거친 결과 90% 이상이 ‘신선하다’고 답했다. 

또한 고구마도 기존에는 장거리 운송 중 껍질 벗겨짐, 변색, 무름현상이 많은 농산물이었는데 CA컨테이너를 통해 이런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

포도, 복숭아, 멜론, 참외 등에서도 리퍼컨테이너대비 선도유지 기간이 1.5~2.5배 늘었으며 수출손실률이 80% 이상 감소했다.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반응도 ‘한국산 과일이 예전보다 훨씬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아 수출단가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 CA컨테이너 수출확대를 위한 향후 과제는
우선 품목별로 최적의 CA조건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농산물마다 호흡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AI기반 품질인자분석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맞춤형 CA조건을 찾아야 한다.

또한 CA조건을 유지시킬 수 있는 이동식 질소발생기, UPS 등 CA컨테이너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특허확보와 기술고도화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 주산지와 APC에 콜드체인 도크·데크 등 저온유통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CA컨테이너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확-선별-포장-선적-운송-현지 유통까지 콜드체인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수입국에서도 저온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CA컨테이너의 ‘잔여효과’가 현지 유통단계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바이어와 협력해 현지 저장고 및 유통망 개선에도 노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