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시장은 ‘급격한 위축’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침체의 그늘에 잠겼다. 신규공급과 거래가 모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공급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냉장·냉동 기반의 저온물류센터가 그동안의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상온·복합형 물류센터는 희소성과 안정성을 무기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인 반면 저온물류센터는 공실악화라는 구조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물류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신규 물류센터 공급규모는 총 53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줄었으며 직전 하반기와 비교해도 비슷한 감소 폭을 보였다. 공급량은 당초 예측한 120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권역별로 보면 동부권 3건, 남부권 3건, 서부권 1건, 북부권 2건이 공급됐으며 남부권에는 ‘일죽방초지구 물류센터(13만399㎡)’와 ‘안성가유 물류센터(9만6,027㎡)’ 같은 2만평 이상 대형 프로젝트가 준공됐다. 북부권은 ‘케이로지스고양(53,352㎡)’과 ‘양주복합물류센터(44,017㎡)’가 더해지며 유일하게 공급이 늘어난 지역으로 기록됐다.
물류센터 공급축소의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금리 인상기 이후 자금 조달 환경이 경색되면서 착공이 늦춰졌고 인허가 승인지연과 공사기간 연장도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즉 단기적인 경기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 병목현상이 구조적으로 누적돼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거래 위축, ‘코어자산’ 쏠림
거래시장 역시 활기를 잃었다. 상반기 수도권물류센터 거래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6%, 전년대비 45%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모든 물류센터가 동일하게 외면받은 것은 아니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장기임차계약이 걸린 코어(Core)자산, 즉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하는 물류센터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코람코자산신탁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은 ‘항동드림물류센터’를 약 2,300억원에 공동 인수했으며 KKR과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은 ‘안성 미양면 A·B동’을 총 1,210억원에 확보했다. 이 밖에도 ADF자산운용이 선매입한 어연리 물류센터처럼 제조기업 책임임차 구조를 가진 자산이 안정성 높은 거래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두드러진 점은 외국계 자본의 영향력 확대다. 최근 외국계 자본은 단순매입을 넘어 개발 초기단계부터 투자에 나서는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 물류부동산시장의 구조에 변화가능성을 시사한다.
저온물류센터, 임대료·운영비·수요하락 ‘삼중고’
그러나 저온물류센터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같은 기간 상온 물류센터의 공실률이 전분기대비 0.3% 하락한 반면 저온센터 공실률은 1.9% 상승했다.
그 배경에는 고공행진 중인 임대료와 함께 전력과 유지관리비 등 운영부담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신선식품 이커머스 성장세 둔화와 온라인식품 거래량 감소가 저온센터 임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액 성장률은 모든 카테고리에 걸쳐 크게 둔화됐으며 특히 신선식품은 2024년 24.7%에서 2025년 11.4%로 역성장세로 전환됐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량이 줄어든 셈이다.
이로 인해 매각시장에서도 저온센터는 매수자 선호도가 낮아 거래가 지연되거나 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저온센터 투자기피현상’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지 오래다.
하반기 신규 인허가 건수 역시 상반기보다 절반 이상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절벽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형국이다. 상온물류센터는 우량자산 중심으로 공실률 하락세를 이어가며 임대료 인상 여지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온센터는 시설효율화와 함께 임대조건 완화, 장기계약 유도, 3PL 맞춤설계 등 적극적인 전략이 향후 자산의 생존을 가를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