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의 품질관리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콜드체인을 포함한 유통·보관과정 전반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핵심요소입니다.
바이오의약품협회는 직접적인 규제권한은 없지만 산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고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통해 앞으로도 업계, 정부, 학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 환경조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한 것을 원료 또는 재료로 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이에 따라 생산부터 보관, 운송, 최종 환자에게 전달되는 전과정에서 엄격한 온도관리가 필수다. 특히 mRNA백신과 같은 첨단 바이오의약품은 -70°C 이하의 극저온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유통돼야 하며 온도변화가 한 순간이라도 일어나면 의약품 효능저하 및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의약품산업에서 콜드체인은 단순한 물류나 유통시스템을 넘어 보건의료의 근간을 지키는 핵심인프라로 자리잡았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2010년 설립됐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이오의약품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산업 발전과 함께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큰 목표를 지향하며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부터 생산과 품질관리, 나아가 유통단계까지 산업 전과정에 걸친 지원을 수행해 왔다.
이정석 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 KFDC법제학회 부회장,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센터장 등 공공 보건의약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으며 2020년부터 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정석 회장을 만나 국내 바이오의약품 업계 동향과 주요 이슈, 콜드체인 관리를 위한 방안 및 협회 비전 등을 들었다.
❙ 바이오의약품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바이오의약품협회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연구개발, 제도개선 및 제품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고 회원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회원 권익을 높이는 동시에 바이오의약품산업 발전을 통해 국가경제와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바이오의약품산업계의 기술개발 및 산업화 촉진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관련기업들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과 정책제언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회원사간 협력과 글로벌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함으로써 한국 바이오의약품산업이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있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하는 중추기관이다.
❙ 주력사업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정책제언과 제도개선이다. 바이오의약품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국내 법규와 규제가 글로벌규범에 걸맞게 정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정부용역 연구와 정책자문 등에 적극 참여하며 현장을 반영한 정책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는 글로벌진출 지원이다. 해외 규제당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국제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국내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보다 원활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바이오컨퍼런스(GBC)를 2015년부터 매해 한국에서 개최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산업 육성지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GBC는 백신에서부터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전주기에 걸친 개발동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바이오의약품산업을 선도하는 5,000여명 이상의 전문가 및 리더들이 참여해오고 있다.
셋째는 품질관리시스템 고도화다. 바이오의약품에서 품질은 환자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품질관리의 국제적 표준을 국내현장에 맞춰 정착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제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현장에서 즉시 활용가능한 전문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전문인력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최근 바이오의약품산업 주요 동향은
한국 바이오의약품산업은 규모와 위상이 동시에 확장되는 국면에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바이오의약품시장 규모는 5조1,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생산액은 6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수출액은 4조4,000억원으로 수입액 3조1,000억원을 상회하며 산업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시장규모는 연평균 13.3%라는 성장을 기록했고 생산액은 15.5%, 수출액은 무려 19%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고성장세다.
성장세의 배경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부상이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영역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있으며 이로 인해 임상시험건수도 증가했다. 2024년 한 해에만 총 253건의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됐으며 이중 80%가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이었다.
임상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생산단계에서도 CDMO(위탁개발생산)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CDMO시장에서 이미 강자로 부상했으며 글로벌 생산허브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동시에 규제개편과 품목허가 심사체계 전문화가 본격화하면서 제도적 틀 역시 산업고도화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제수준의 품질관리체계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글로벌의약품시장은 매우 엄격한 품질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는 진입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국제기준에 맞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각 기업이 이를 충실히 준수할 수 있도록 협회 역시 정책제언과 가이드라인 정립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콜드체인 고도화다. 바이오의약품은 다른 어떤 의약품보다 온도와 환경조건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콜드체인을 비롯한 유통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산업경쟁력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콜드체인은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농어촌지역이나 소규모 의료기관까지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인력양성 문제다. 바이오의약품산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연구개발부터 품질관리, 생산까지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협회가 강조하고 있는 산업수요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 바이오의약품산업에서 콜드체인 중요성과 핵심 관리포인트는
콜드체인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은 그 특성상 온도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특히 mRNA백신, 세포치료제 같은 경우 정해진 온도를 벗어나는 순간 효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콜드체인은 단순한 물류기술이라기보다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관리포인트는 우선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 구축이다. 운송과정의 온·습도, 충격 등을 모두 추적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밸리데이션을 통해 운송경로별 위험요인을 사전에 검증하고 위기상황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의 무결성이 중요하다. 블록체인기술 등을 활용해 의약품 유통이력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비상대응체계로 온도이탈 등 비상상황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백업방안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
마지막으로는 인적요인이다. 모든 관련인력이 절차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반복돼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소가 균형있게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콜드체인이 구축된다.
❙ 국내 바이오의약품 콜드체인시장을 평가한다면
기술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가깝다. 우수한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기술이 확산되고 있으며 빠른 물류네트워크와 지리적 접근성은 큰 자산이다. 일반국민들의 의약품 품질관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고 전문 물류기업의 성장 역시 콜드체인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표준화 정착이 더딘 상황이다. 제도적 가이드라인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일관되게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인 소규모 병·의원, 도서산간지역까지 촘촘하게 콜드체인을 확대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콜드체인장비와 시스템도입에는 상당한 투자가 요구되는데 중소기업은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특히 국제기준과 정합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한국이 글로벌의약품시장의 주요 공급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국내 시스템이 국제규제와 무리없이 호환될 수 있어야 한다.
❙ 식약처는 2021년부터 ‘생물학적 제제 등의 보관 및 수송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개정 후 바이오의약품 유통변화와 현장 반응은
유통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온도모니터링시스템의 의무화다. 과거에는 일부기업들이 선택적으로 도입했다면 이제는 모든 기업이 법적으로 모니터링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GDP인증을 취득하는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덕분에 콜드체인 전문 물류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산업 전반적으로 서비스고도화가 이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투자비용이다. 장비도입과 시설개선에 부담을 크게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인력교육·양성도 큰 문제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수행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소규모 의료기관의 한계 역시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규제해석 문제도 있다.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와 세부기준이 조금 더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 현장에서 계속 나온다.
❙ 바이오의약품 시장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정책 및 기술은
정책적으로는 국제기준에 맞춘 통일된 표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소유통기업이 무리없는 비용으로 콜드체인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콜드체인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IoT와 AI기반 예측분석시스템은 온도변화를 사전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기술을 통해 유통이력정보가 투명하게 관리되면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신뢰 역시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드론배송 같은 혁신적 수단도 병행해 도입한다면 물류효율성과 긴급 수송능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 콜드체인과 관련한 향후 계획은
협회는 올해 ‘바이오의약품 콜드체인세미나’를 개최하며 콜드체인관리의 중요성과 산업계 이슈를 다룬 바 있다. 앞으로도 관련 세미나, 설문조사 및 현장의견 수렴, 정책분석 등을 통해 산업계 의견을 정책 당국에 전달하며 제도개선과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직은 콜드체인 특화 독립사업을 본격 운영하지는 않지만 업계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
❙ 중장기 비전은
협회는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품질관리 고도화 △글로벌진출기반 조성 △전문인력 양성 △정책제언 및 제도개선 등 산업계 수요에 기반한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품질관리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콜드체인을 포함한 유통·보관과정 전반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핵심요소다. 협회는 직접적인 규제권한은 없지만 산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고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통해 앞으로도 업계, 정부, 학계와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품질관리 환경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환경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산업이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방식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