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쳐오는 기후위기와 농업인구 급감은 전통적인 농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농업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돼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며 스마트팜산업은 파운드리(Foundry) 비즈니스영역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엔씽은 물류센터형 수직농장을 통해 기존 스마트팜의 한계를 넘는 도심형 농업기반의 유통혁신 모델을 선도할 것입니다”
리테일기업 이마트는 2022년부터 스마트팜 채소판매를 확대했다. 2018년부터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딸기를 선보인 이후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엽채류도 출시한 것이다. 주로 폭염이나 한파 속에서는 재배될 수없는 로메인이나 버터헤드 등 유러피언 양상추류다.
이러한 행보는 지난 몇 년 전 발생한 양상추 대란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2021년 겨울 한국은 양상추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당시 맥도날드, 롯데리아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버거에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가격 폭등락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폭염과 한파도 문제이지만 길어진 장마와 집중호우도 상추, 배추, 고구마 등 작물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 몇 년간 산발적인 어려움을 겪어온 이마트는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시기 이마트와 엔씽(N.THING)의 협업이 이뤄졌다. 이마트는 2021년 ‘뿌리가 살아있는 채소’라는 이름으로 작물과 뿌리를 함께 판매하는 스마트팜 상품을 선보였다. 기후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가장 신선한 채소를 보급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중심에 엔씽이 있었다.
2014년 설립된 엔씽은 사물인터넷(IoT)기반 모듈형 수직농장을 개발·운영하는 기업으로 2020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농업분야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SDGs Tech 전문 벤처투자사 딥스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확장의 동력을 마련했다.
스마트팜산업은 농업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근간으로 경계를 허물어야 도약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팜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수익성 확보’다. 안정적인 생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팜은 운영단계에서 많은 에너지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사업초기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큰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선 에너지절감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고부가가치작물 재배 등을 고민해 왔다.
엔씽 또한 사업초기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한 가지 다른 지점은 엔씽은 작물을 재배한 이후 유통단계까지 고려해 개선점을 찾은 것이다. 엔씽은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형 수직농장 스마트팜’ 개발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농업의 근본적인 형태전환을 지향하는 산업형 농업자산 창출에 시동을 걸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스마트팜산업은 파운드리(Foundry)비즈니스영역이라고 설명한다. 농업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돼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다. 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농업분야 역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김혜연 엔씽 대표를 만나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스마트팜산업 현황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산업 전환기를 어떻게 대비할 수있을지 들어봤다.

▎어떤 기업인가
엔씽은 스마트기술을 통해 농업 밸류체인을 혁신하는 애그테크(AgTech)기업이다. ‘세상을 먹여살리는 기업(We build farms to feed the world)’을 비전으로 독자적인 수직농장 솔루션을 통해 기후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IoT기반 모듈형 수직농장을 개발·운영하고 있으며 데이터기반 작물재배 자동화기술로 지속가능한 식량공급을 실현하고 있다.
지속가능 농업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스마트팜 공조·환경 최적화를 위해 LED조명제어 및 수분스트레스 경감모델을 연구했으며 에너지사용량 30% 절감시스템을 구현했다. 안정적인 생육환경 조성을 위해 데이터기반 환경 자동화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글로벌 기준을 선도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듈형 스마트팜이란
엔씽은 사업초기에 컨테이너유닛을 활용한 큐브형 수직농장을 개발해 선보였다. 공간제약없이 어디서든 설치·확장이 가능하며 물류와 에너지효율을 고려해 설계한 스마트팜이다. 사막·도시·혹한지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으며 구축기간이 짧고 규모 조절이 용이해 글로벌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UAE 아부다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해외 실증사례도 보유하고 있다. UAE 아부다비에서는 혹서기 신선채소 재배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인도네시아에는 신선채소 재배용 수직농장을 구축했다.
▎엔씽 스마트팜솔루션 차별점은
엔씽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운영레시피 등 스마트팜을 구성하는 전 과정을 통합한 ‘Full-stack 수직농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농장운영 자동화 △원격제어 △작물재배 표준화·정량화 등이 가능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서 대규모 농장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분야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엔씽의 OS(Operating System)는 농장 내 모든 장비를 통합제어할 수 있으며 데이터 수집 및 작물생장 모델링을 기반으로 환경 레시피를 자동생성·적용한다. 재배데이터기반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가능하며 증축이 용이한 모듈형구조 토대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다량의 데이터수집 및 구현이 가능 하다.
▎스마트팜 주요 에너지원과 에너지효율성 강화 방안은
엔씽의 수직농장은 기존 화석연료기반 에너지원에서 100% 전기에너지로 전환했다. △LED조명 △냉난방시스템 △수경재배장치 등이 스마트팜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요 설비다. 엔씽은 효율적 에너지운용을 위해 AI기반 환경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태양광·ESS·수소전지연료 등 친환경에너지 활용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이 가능한 풍량·광량시스템 및 식물생장 LED는
자체 설계한 LED모듈은 식물생장 주기 별로 파장과 광량을 조절할 수 있다. 작물별 최적광제어를 통해 수확량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풍량시스템도 센서기반으로 공기흐름을 정밀제어하며 온도균일성과 병해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작물생장을 위해 광량과 파장이 커지면 열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며 온도를 조절하면 습기컨트롤이 필요하다. 이 모든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제어·조절하고 있다. 모두 모듈 화돼 효율적인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물류센터형 수직농장 스마트팜 개발프로젝트 시작 배경은
수직농장 스마트팜의 실질적인 수익창출 열쇠는 물류비 절감이다. 기존 신선채소 유통의 경우 물류비용이 운영비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수직농장의 장점을 물류거점에 결합하면 신선식품 유통혁신이 가능하다고 봤다.
2019년 용인에 10개정도 컨테이너로 모듈형 수직농장을 구축한 후 엽채류를 재배해 서울 소재 레스토랑까지 직접 운송해본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신선채소 유통이 가진 취약점을 깨닫게 됐다. 여름엔 보냉 재가 녹아 채소가 상했으며 겨울엔 채소가 얼어버려 손실이 어마어마했다.
손실을 줄이고자 직접 보냉재나 스티로폼박스, 패키징방법 등을 연구했다. 궁극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서였다. 2019년 당시만해도 스티로폼박스 단가가 엽채류를 배송하기에 합리적이지 않았다.
물류과정을 연구할수록 기존 방식으로는 물류비 절감이 어려움을 느꼈다. 생산원가를 50% 절감해야 사업성이 있는데 가능한 목표치가 아니었다. 사업초기 재배설비나 첨단기술 등에 몰입했는데 결국 스마트 팜의 핵심은 ‘물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이후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쿠팡이나 이마트같은 대형 유통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팜은 물류센터와 합쳐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최종 소비지 근처에서 작물을 생산하면 물류비·유통손실·탄소배출을 모두 줄일수 있다. 엔씽은 물류센터형 수직농장과 같은 사업모델을 통해 기존 스마트팜의 한계를 넘는 도심형 농업기반의 유통혁신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물류센터형 수직농장 구축사례는
엔씽은 2020년 이마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신선채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이마트 신선전용물류센터 바로 옆에 수직 농장을 구축했으며 물류비용을 5% 미만으로 절감한 사례를 만들었다. 현재 경기도 소재 저온물류센터 내 스마 트수직농장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 국내에서는 충남·충북지역과 해외 에서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내 신규 수직농장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물류센터형 수직농장은 다양한 형태로 논의되고 있다. 단순한 형태의 수주부터 센터 전반을 아예 새로 구축하는 방식도 있다. 물류센터도 다양한 규모가 있는만큼 수직농장도 규모가 다양한 편이다. 현재 구축 중인 수직농장들을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구조설계와 기계·전기공정설비를 최적화하고 있다. 또한 유통파트너와 직·공급체계도 협의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저온물류창고 공실현상이 물류업계의 큰 고민이었다. 물류센터와 접목한 수직농장의 필요성은 2019년쯤 확신했지만 그 시기쯤 사업을 바로 확장할 수는 없었다. 당시 창고업계는 굉장히 과열돼 있었다. 쿠팡과 컬리가 공격적으로 물류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센터 구축비용이 치솟기 시작했으며 타 업계이면서 스타트업인 엔씽이 쉽게 끼어들 수 없었다.
이후 2023년쯤부터 물류센터 공실률이 높아지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물류창고를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물류센터 현황을 보면서 좀 더 수월하게 물류센터형 수직농장 프로젝트를 시작 하고 있다.
▎국내·외 스마트팜시장 동향은
국내는 아직 초기시장이지만 ‘수직농장 농지구축 허용’ 등 정부의 농지법 완화와 산업단지 입주허용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본격적인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UAE·싱가포르·미국·일본·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도시형 스마트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공급망, 기존 레퍼런스를 모두 갖춘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팜 활성화 방안은
스마트팜은 농업과 제조·산업인프라가 융합된 새로운 산업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친환경인증이나 탄소배출 저감 등 성과에 대해 정량화된 보상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팜은 기존의 논리와 제도로는 설명될 수 없는 형태로 사업모델이 형성돼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 육성정책도 필요하다.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대규모 시설구축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산업 육성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수익성보완을 위한 전략구축도 중요하다. 에너지 최적화뿐만 아니라 유통사 직공급, 프리미엄시장 공략, ESG연계 인센티브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올해 매출목표와 중장기비전은
2025년 약 13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5년 이내 1,000억원 이상의 누적매출을 달성해 연간 1,000만명 이상에게 신선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공급 플랫폼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농업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세상을 먹여살리는 기업’이 엔씽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스마트팜산업은 농업·기술·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가능할 때 완전해질 수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팜’이라는 산업을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2020년만해도 상추는 고기를 싸먹을 때 먹는 쌈 채소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의 식습관이 달라졌으며 밥과 같은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식사로 샐러드를 소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소비가 먼저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팜산업이 딱 이 시점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팜 작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생겨나고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공급할 인프라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닥쳐오는 기후위기와 농업인구 급감은 전통적인 농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폭염과 혹한을 오가는 실외환경은 작물도 견딜수 없지만 노동하는 인간도 견딜 수 없는 환경이다. 농업은 전환기를 맞이했으며 산업형 농업자산을 준비해야한다.
앞으로의 농업은 지금의 공장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현시점의 스마트팜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에너지비용이나 수익성확보는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렀을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엔씽은 지금 이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