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공단 효율기술실은 관련 법령에 따라 3대 효율관리제도를 약 30년간 운영 해오고 있다. 또한 변화하는 시장흐름에 발맞춰 신규품목 확대, 효율기준 상향 등을 통해 제도운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민소득·생활수준이 점점 향상되면서 생활 속 필수적인 전기제품의 양태도 점점 변화해왔다. 1992년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시작과 함께 가정용 전기냉장고의 효율관리를 고민하게 됐으며 2004년 김치냉장고, 2010년에는 상업용 전기냉장고로 해당분야에 제도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 몇 년간 에너지효율관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온 상업용 냉장·냉동설비도 같은 맥락에서 국민일상 속에 녹아들었다.
상업용 냉동·냉장설비는 꽤 오랜시간 효율관리제도 바깥에 존재하며 에너지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에너지공단은 이 점을 파악해 2023년 연구용역을 통해 상업용 콜드체인설비에 대한 현황파악을 실시하며 효율관리제도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새로운 규제도입에 있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오갔으며 에너지공단은 연내 최종적인 고시개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형일 에너지공단 효율기술실장을 만나 공단에서 추진 중인 상업용 콜드체인시 스템 효율관리제도 도입 진행상황 및 제도 도입 필요성과 기대효과 등을 들었다.
▎ 국내 쇼케이스시장 동향은
국내 상업용 냉동·냉장시장은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4년 14억달러(약 1조9,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21억8,000만 달러(약 3조315억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7.5% 성장률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 편의점 점포 수 증가에 따라 소형·일체형(CDU내장형) 쇼케이스시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2025년 5월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약 5만5,200개로 인구 937명당 1개꼴이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쇼케이스업계 내부적으로는 고효율, 친환경제품 전환을 위해 △인버터 △BLDC 방식 압축기 △LED조명 등 고효율기술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 해외 쇼케이스 효율관리제도 현황은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상업용 쇼케이스에 대한 최저소비효율기준 (MEPS)과 에너지라벨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냉동·냉장형 △ 개방·밀폐형 △CDU일체·분리형 둥을 대상으로 MEPS를 의무적으로 시행 중이다.
해당 기준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미국 환경 보호청(EPA)에서 운영한 ‘에너지스타(Energy Star)’ 인증제도가 2009년부터 시행된바 있다. 밀폐형·CDU일체형 제품에 한해 자발적 인증을 부여해왔으며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도였다.
EU에서는 2021년부터 △냉동·냉장형△개방·밀폐형 △CDU일체·분리형 등을 대상으로 에코디자인(Eco-Design)규정과 A~G등급라벨을 의무부착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냉장형 △CDU일 체형에 대해 탑 러너(Top Runner)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제품군 내에 에너지효율이 가장 좋은 제품을 ‘탑 러너’로 지정한후 타 제품들을 일정기간 내 ‘탑 러너’수준 보다 3~4% 향상된 목표로 개선시키는 방안이다. 기술개발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도다.
▎ 국내 콜드체인설비 효율관리제도 적용 현황은
현재 국내에서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품목으로 상업용 전기냉장고를 관리 하고 있다. 적용범위는 ‘유효내용적 300L 이상 2,000L 이하의 냉장고 및 냉동고, 300L 이상 1,500L 이하인 음료수용 냉장진열대 (직립형 제품 한함)’로 정해져 있다. 식당 및 급식소 주방에서 사용하는 대형냉장고 또는 음료수용 직립형 냉장고에 한정돼 있다. 사실상 콜드체인설비에 대한 효율관리 제도 적용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봐야한다.

▎ 효율관리제도 도입 배경은
쇼케이스 및 콜드체인설비는 상시 일정 온도로 운전돼야하는 장비특성상 설비 운영비 중 에너지사용비용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에너지효율화 및 탄소중립 정책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관리대상이다.
2025년 5월 TraceData Research 자료를 확인하면 2023년 냉동창고 총 운영비중 에너지비중이 약 30%에 달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또한 편의점과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온라인 신선물류 확대와 함께 쇼케이스 및 콜드체인설비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효율향상을 통한 전력절감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일부 음료용 냉장진열 대에만 적용하던 효율등급제를 CDU 일체형 냉동·냉장진열대로 확대하고 콘덴싱유 닛과 유닛쿨러는 고효율인증 대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효율등급제는 의무제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조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CDU일체형을 우선적으로 도입해 향후 고효율데이터 축적 후 CDU분리형까지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 제도도입에 관한 업계우려 대응방안이 있다면
현행 효율관리기자재는 제품 색상변화, 손잡이 위치변경 등 제품의 소비전력량 및 소비효율변화가 없는 경우에 한해 추가모델로 인정하고 있다. 추가모델로 인정 시 별다른 추가시험이 필요 하지 않다.
쇼케이스는 표준화된 대량 생산품보다 맞춤제작 비중이 높다. 매장 크기, 판매상품군 등에 따라 쇼케이스 제품길이, 선반구성, 온도, 조명 등이 모두 달라져 모델별 개별시험 필요성이 커지며 다품종 소량생산 산업구조에서는 시험비용과 출시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지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공단은 업계부담 최소화를 위해 제조사와 지속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며 업계의견을 반영한 효율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시장보급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표준화하기 쉬운 CDU 일체형 쇼케이스부터 효율기준을 적용하면서 유사 제품군(가칭 패밀리모델)에 대한 인정 기준을 마련해 대표 모델의 시험결과를 동일 제품군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제도 도입을 통한 기대효과는
쇼케이스품목은 그동안 어떤 제품이 고효율 제품인지 식별할 수 없어 소상공인 등 소비자가 깜깜이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효율등급제 도입 시 소비자는 고효율 제품을 쉽게 식별할 수 있으며 고효율 제품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과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는 기술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등 국가 탄소 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한다.
▎ 고효율 쇼케이스 설비 보급·확대를 위한 제도나 정책개선 방향은
효율등급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함께 소상공인이 주요 구매층인 특성을 고려해 고효율제품 구매 시 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콜드체인시스템에 대한 효율등급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재 한국 전력공사에서 운영 중인 소상공인 고효율 기기 지원사업 품목으로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효율관리제도는 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다. 제조사·시험기관·연구기관이 함께 기술개발과 제도정착에 힘쓴다면 콜드체인산업도 국내 가전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